[더구루=진유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 국영 알루미늄 생산기업 알루미늄 바레인 B.S.C.(Alba·알바) 주도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세계 6위 알루미늄 생산국 바레인을 투자 타겟으로 삼고 광업 분야 국제적 입지 확대와 산업 다각화를 통해 탈(脫)석유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업 기업 마덴(Ma’aden)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석유화학 기업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SABIC)로부터 알바의 지분 21%를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번 합병 계약에 따라 알바의 신주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밥 윌트(Bob Wilt) 마덴 최고 경영자(CEO)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알바의 대주주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알바와의 합병 실사 결과에 따라 마덴의 알바 최종 지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계획에 따라 광업 산업을 사우디 경제의 '제3의 기둥'으로 구축하기 위해 마덴에게 산업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겼다. 윌트 마덴 CEO는 알바와 마덴이 합병할 경우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에서 상위 5위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알루미늄이 에너지 전환과 사우디 경제 다각화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알바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알루미늄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에너지 전환은 알루미늄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어서 사우디가 중요한 광물·가공 허브가 되려면 알루미늄 원료 공급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레인은 중동국가 중 비교적 일찍 탈석유화 시대를 대비해 금융업과 제조업 등 산업 다각화를 추진해 온 나라로, 세계 6위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알바는 연간 162만t(2023년 기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련소 중 하나다. 현재 대주주는 바레인 뭄탈라카트 홀딩 컴퍼니 B.S.C.(69.38%)다.
칼리드 알 루마이히 알바 이사회 의장은 "이번 파트너십은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유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양사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며, 청정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마덴은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와 지난해 1월 초기 자본금 1억8750만 리얄(약 630억원)을 투입해 합작법인 마나라 미네랄(Manara Minerals)을 설립하고 전 세계 광산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나라 미네랄은 첫 번째 해외 사업으로 260억 달러 규모의 브라질 구리·니켈 광산업체 발레 베이스 메탈스(Vale Base Metals) 지분 10%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