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HD현대미포가 프랑스 선사와 4100억원이 넘는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종결했다. 선사가 구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다만 연말까지 실탄을 확보해 HD현대미포와 파트너십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수주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30일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winds)에 따르면 제피르&보레아스(Zephyr & Boree)는 작년 5월 HD현대미포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5척 신조를 취소했다. 자금 조달이 지연돼서다.
제피르&보레아스는 HD현대미포에 1200~13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선박을 주문했었다. 총 가격은 4145억원이다. 이는 전통 연료를 쓰는 동일한 규모 선박의 2.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제피르&보레아스는 오는 2026년 6월까지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접목한 메탄올 추진선을 프랑스 르아브르항부터 앤트워프항, 미국 뉴욕·찰스턴항까지 잇는 대서양 횡단 노선에 투입, 탄소 배출을 기존 선박 대비 최소 절반 줄일 것으로 기대됐다. 프랑스 자동차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이 이끄는 20개 이상 운송업체의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자금난에 빠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닐스 조이외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금 조달 마감이 지연돼 HD현대미포와 계약을 중단해야 했으나 이는 후퇴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연말까지 자금 조달을 완료할 계획이며 HD현대미포와 선박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는 여전히 계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주문 취소로 HD현대미포에 미칠 타격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문량이 넘쳐나 슬롯(선박 건조 예비 공간)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HD현대미포는 지난 24일 유럽계 선사인 CLdN으로부터 4039억원 상당 11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주문을 받았다. 대만 해운사 완하이롸이로부터 6746억원 상당 컨테이너선 4척도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