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금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동 정세 악화가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며 '안전자산' 금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 랠리와 더불어 은값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온스당 2740.37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지난 18일(2720.25달러) 처음으로 2700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날까지 금값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금값은 30% 이상 오르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은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여겨진다. 중동 전쟁에 더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은 금값 상방 압력을 지속해서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 주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자택을 겨냥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이란 공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도 금값 상승 동력이 됐다.
다만, 이날 달러화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 금값 상승폭을 제한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 지수는 0.35% 상승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금 매수 심리를 떨어트렸다.
금값 상승에 힘입어 은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은 현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장 초반 1.7% 오르며 지난 2012년 말 이후 12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온스당 33.85달러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로나 오코넬 스톤엑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및 아시아 지역 시장 분석 책임자는 "금값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상승한다"며 "미국 외교 정책의 중기적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벡 다르 호주 커먼웰스 은행 애널리스트는 금 선물 가격이 오는 2025년 4분기 평균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은값의 6~12개월 전망치를 온스당 38달러에서 4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머니 매니저들은 금 순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으며,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도 최근 급증했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쉐어는 지난 3월 이후 주간 최대 유입량을 기록하며 강력한 매수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각 국제 금값 시세(오전 8시 10분 기준, 런던 LBMA 금값 시세)는 온스당 2720달러 선에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