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인도네시아 최대 섬유·의류 생산업체 스리텍스(Sritex)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값싼 중국산 섬유 제품 유입 등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서다. 국내 한 시중은행도 스리텍스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어 손실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완 세티아완 루크민토 스리텍스 사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을 만나 스리텍스의 재정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완 사장은 스리텍스를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살리기 위한 장기 전략을 설명했다.
이완 사장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모든 것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큰 전략을 세웠다”면서 “반쪽짜리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가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리텍스는 현재 심각한 부채 위기에 빠져 있다.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총 부채는 16억 달러(약 2조2100억원)이며 대부분 은행과 채권에서 발생했다.
이 중 6억1890만 달러(약 8540억원)는 △뱅크 센트럴 아시아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 싱가포르 지점 △시티뱅크 인도네시아 법인 △뱅크 무아말랏 인도네시아 △뱅크 CIMB 니아가 △뱅크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28개 은행이 대출을 해줬다.
국내 한 시중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도 2200만 달러(약 300억원)를 대출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스리텍스의 세부 부채 내역을 보면 단기 부채가 1억3142만 달러(약 1800억원), 장기 부채가 14억7000만 달러(약 2조300억원)에 이른다. 총 자산은 6억5351만 달러(약 9000억원)에 불과하다.
스리텍스의 이 같은 재정 위기는 중국산 섬유 제품 수입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서방국가와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반덤핑 수입 관세가 없거나 비관세 장벽이 없는 인도네시아 등으로 자국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섬유 산업은 이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이미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 위기는 현실화 하고 있다. 누산타라 노동조합연맹(KSPN)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36개의 섬유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31개 공장은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올해도 5만 명의 근로자가 해고됐다.
스리텍스도 지난해 3억2500만 달러(약 4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는데 이는 전년 5억2460만 달러(약 7200억원)보다 38% 감소한 수치다. 올해 1~5월에는 전체 인력의 23%에 해당하는 3000명을 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