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국제결제은행(BIS)이 중국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플랫폼 '엠브릿지(mBridge)'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다. 최근 러시아와 같은 국제 제재 국가가 이를 우회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으로 눈길을 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in Carstens) BIS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산탄데르은행 컨퍼런스 연설에서 "엠브릿지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결정은 사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를 고려한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는 지난 4년간 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파트너들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려먼서 "엠브릿지가 운영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고 덧붙였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 등 브릭스 회원국이 엠브릿지를 통해 국제 사회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브릭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제재를 준수해야 하며 우리가 만든 어떤 상품도 이러한 제재를 위반하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엠브리지는 중국과 홍콩, 태국, UAE 중앙은행이 CBDC를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2021년 시작됐다. 최근 '최소 실행 가능 단계(Minimum Viable Product·MVP)'에 도달했으며, 민간 부문 금융 회사에 새 솔루션 등을 제안했다.
엠브리지 프로젝트에는 정식 참여 기관 외에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한국은행, 노르웨이 중앙은행, 터키 중앙은행 등 27개 기관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 골드만삭스, HSBC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도 참관인 역할을 하고 있다.
CBDC는 디지털의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한다. 지폐, 동전 등 현재 사용하는 현금과 같이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이를 발행·관리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