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호주 광산업체 시라 리소스(Syrah Resources)가 미국 정부로부터 모잠비크 흑연 광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시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흑연 시장에서 미국 음극재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라는 최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로부터 자회사 '트위그(Twigg Exploration and Mining)'에 대한 1억5000만 달러(약 2062억원) 규모 조건부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출은 실사를 포함한 3년에 걸친 절차를 통해 승인된 것으로, 시라는 지난 2021년 5월 DFC에 처음 대출 신청을 한 후, 지난해 9월 DFC 이사회로부터 조건부 대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본보 2023년 9월 13일 참고 '韓 배터리 3사 흑연 공급사' 호주 시라, 자금 확보>
시라는 대출금을 모잠비크 카보델가도주에서 운영 중인 발라마(Balama) 흑연 광산 프로젝트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달 중 7300만 달러(약 1003억원)의 초기 지출이 예상된다. 총 대출금 중 1억 달러(약 1375억원)는 광산 폐기물인 광미 저장시설 확장과 발라마 광산 내 바나듐 자원 개발 타당성 조사에, 나머지 5000만 달러(약 687억원)는 장기적인 광미 저장시설 확장에 투입될 계획이다.
발라마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부터 1억1000만t에 달하는 흑연 매장량을 바탕으로 16% 탄소 등급 흑연을 생산하고 있는 사업으로, 현재 연간 흑연 생산량은 35만t에 이른다. 광산 수명은 50년으로 추정된다.
시라는 글로벌 흑연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대항마이자 미국 음극재 공급망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라마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흑연을 미국 루이애나주 비달리아에 건설 중인 음극활물질 공장으로 옮긴 후 최종적으로 고객사에 납품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비달리아 공장은 중국 외 지역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 활성 음극재 통합 생산 시설로, 연간 1만1250t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흑연은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해외 우려 집단(FEOC)' 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음극재 생산 업체들은 흑연 수입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마주하게 됐다. 다행히도 지난 5월 미국 재무부가 흑연 관련 규정을 2년 유예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오는 2026년 말까지 중국산 흑연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나, 이후에도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러한 탈중국 흐름에 따라 포스코퓨처엠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유일 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3월 시라와 계약을 체결, 발라마산 천연흑연을 연간 6만t 규모로 공급받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 외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흑연 조달이 가능해졌다.
다니엘 몽고메리 DFC 인프라 부문 부사장 대행은 "이번 대출은 미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DFC 노력의 일환"이라며 "발라마 프로젝트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급망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버너 시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출은 DFC의 첫 번째 흑연 프로젝트 대출로, 세계 최대 규모 통합 흑연 채굴·가공 사업장인 발라마가 미국 중요 광물 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