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전 특허 담당 임원의 제소로 시작된 4년의 특허 침해 공방을 곧 마무리한다. 미국 음향기기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와 합의안 마련을 위해 법원에 약 1달 동안 소송 진행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이번 소송과 별개로 전 임원과 민·형사 공방을 지속한다.  

27일 법률 전문지 블룸버그로(bloomberglaw)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스테이턴 테키야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30일 동안 소송을 멈춰달라고 주문했다. 당사자간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하도록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2021년부터 약 4년 동안 진행된 긴 분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2021년 11월 특허전문관리회사(NPE) '시너지IP'와 스테이턴 테키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시너지IP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지낸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세운 회사다. 안 전 부사장은 퇴직 직후인 2020년 시너지IP를 설립한 후 스테이턴 테키야가 보유한 무선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건을 앞세워 삼성을 저격했다. 특허를 무단 도용해 갤럭시 S20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 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음성 작동 기술 관련 특허 4건이 추가되고, 스테이턴 테키야의 단독 소송도 제기되며 총 18건에 달하는 대형 소송으로 확전됐다.

삼성전자는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섰다. 안 전 부사장이 재직 중 취득한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악용하지 않을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에서 제외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지난 5월 텍사스 동부지법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이 이전 부하직원이던 삼성 내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테키야 관련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리고 소송에 악용했다고 판정했다.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됐으며 불법 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소송도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테이턴 테키야는 지난 5월 기각 판결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너지IP와 진행한 소송에 이어 추가 공방에서도 삼성의 승리가 유력해 보이자 합의를 모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 침해 공방은 종결되지만 안 전 부사장에 대한 국내외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안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다 최근 보석 허가로 풀려났다. 미국에서도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민사 소송이 재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