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이 도래하면서 반도체 뿐만 아니라 광섬유 케이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LS그룹, 대한광통신, 가온전선, 머큐리 등 국내 전선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광섬유 케이블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5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75억 달러 이상을 기록, 연평균 성장률(CAGR) 약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점유율 약 30~35%의 북미다.
주요 성장 요인으로는 AI가 꼽힌다. 클라우드, 5G 네트워크, 고성능컴퓨팅(HPC) 등 AI가 적용되는 다양한 분야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해야 하는 만큼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광섬유 케이블은 뛰어난 전송 속도와 대역폭을 제공을 제공해 AI가 요구하는 요소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AI 시장 확대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신·증설 움직임이 광섬유 케이블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센터 간 연결하고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밖에 반도체 기업들도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와 슈퍼컴퓨터 통신망으로 광섬유 케이블을 활용한다.
실제 일본 광섬유 케이블 제조사 ‘후지쿠라’는 일본과 미국 시장 기반 호실적에 힘입어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후지쿠라는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04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황이 계속되자 주가가 400% 이상 급등하는 쾌거도 이뤘다. 후지쿠라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70%를 차지하며, 이중 38%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애플이 후지쿠라의 주요 미국 고객사다.
광섬유 케이블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면서 국내 전선 기업에 대한 수주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LS그룹(LS전선) △대한광통신 △가온전선 △머큐리 등은 미국에 연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광케이블을 수출하는 국내 대표 전선기업이다. 문제는 수요가 가장 높은 시장인 미국이 현지 제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LS그룹은 미국 자회사 '슈페리어 에식스 커뮤니케이션(Superior Essex Communications)'을 통해 유일하게 현지 제조 거점을 두고 있다. 슈퍼리어 에식스 커뮤니케이션은 LS전선이 2008년 인수한 슈퍼리어 에식스의 자회사다. 이후 LS전선에서 분리돼 LS그룹 산하에 있다. 북미 통신 케이블 시장의 선도 업체로 구리 선과 광섬유 케이블, 외부통신시설(OSP·OutSide Plant) 케이블 등 50개가 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두고 텍사스, 켄자스에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S전선도 다양한 광섬유 케이블 라인업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부랴부랴 미국 현지 거점 마련에 나섰다. 대한광통신은 140억원을 투자해 미국 케이블업체 'IAL' 지분 88.5% 인수를 추진한다. 단독 공장을 설립하는 것보다 현지에 제조 시설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