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 CEO로서 여성인재들에게 성장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13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 삼성바이오에피스측의 공식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김경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하면서 이른바 ‘여풍(女風) 시대’ 개막을 본격 알렸다. 초대 대표이사로 줄곧 회사를 이끌었던 '검은 머리 외국인' 고한승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 대표는 미국 국적 보유자로 미국명은 ‘크리스토퍼 한승 고’다.
삼성 계열사 첫 여성 CEO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재계에선 삼성의 '유리천장'(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을 깼다고 평가한다. 실제 삼성그룹 내에 여성 대표이사는 오너일가 외에는 전무하다. 호텔신라 지휘봉을 잡은 이부진 사장이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생이다. 이 회장의 둘째 동생인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전략기획담당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룹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업계에서 첫 여성 전문경영인 CEO를 배출 시키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약개발 전문가인 김 사장은 ‘삼성그룹 최초 여성 전문경영인 CEO’로 깜짝 발탁되면서 10여년 만에 세대교체 중심에 섰다. 50대인 김 사장의 젊은 리더십으로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25건의 글로벌 법적 분쟁에 휩싸여 있다. 소송 장기화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지인 셈. 소송 건수는 지난해 10건 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총 25건의 소송 중 14건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기했으며, 나머지 11건은 피소됐다.
김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약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받은 시밀러(복제약) 개발 전문가다.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 신약개발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부터 공정, 품질, 인허가 관리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 사장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통섭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혁신과 성장을 지속 주도해나갈 예정이다.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롤모델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김 사장이 향후 여성 전문경영인으로써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여성 CEO가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한 사례"라며 “여성 CEO가 주요 고객층인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만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