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암호화폐 플랫폼 분사 추진 계획을 밝히는 등 암호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규제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시장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솔로몬 CEO는 “현재 골드만삭스는 기존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를 보유할 수 없다”면서도 “투자자들이 규제 프레임워크의 변화를 예상함에 따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객이 암호화폐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에 관한 미국 규제 정책의 향후 방향에 대해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솔로몬 CEO의 이번 발언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황이라 투자 환경도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합리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암호화폐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과 관련된 현물 상품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더 깊이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암호화폐 플랫폼 분사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금융 상품을 만들고 거래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골드만삭스는 플랫폼의 기능을 확장하고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기 위해 잠재적 파트너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전자 거래 플랫폼인 트레이드웹 마켓이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분사 작업은 규제 당국의 승인에 따라 향후 1년에서 1년6개월 이내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디지털자산 글로벌 책임자인 매튜 맥더못은 최근 주요 기관 고객을 위한 세 가지 토큰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큰화는 블록체인에 실물 자산을 디지털로 표현하는 것으로, 맥더못은 이러한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현물 ETF를 통해 약 7억1800만 달러(약 1조27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솔로몬 CEO는 지난 2022년 발생한 FTX 파산 같은 암호화폐 리스크와 관련해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CEO와 디지털 자산을 연관 짓지 않겠다”면서 “법정화폐와 관련해서도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은 많으며, 그렇다고 해서 법정화폐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