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화가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며 키워온 위성통신 안테나 자회사 '한화페이저'를 청산한다. 우주 인터넷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군용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에 집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13일 스페셜인텔리포트 등 외신에 따르면 한화페이저는 고객사와 직원에 위성통신 안테나 제품 출시를 중단하고 사업장을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영국 런던 본사와 캠브리지 사이언스 파크 소재 'ASIC 액셀런스 센터', 미국 버지니아 거점 모두 문을 닫고, 인력도 정리할 예정이다.
한화페이저는 한화시스템이 지난 2020년 6월 영국 페이저솔루션(Phasor Solutions Ltd)을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한화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위성통신에 주목했다. 저궤도 위성 안테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필수 요소인 안테나 기술 확보에 나섰다. 2019년부터 투자를 검토한 끝에,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던 페이저솔루션 인수를 결정했다.
페이저솔루션은 항공기·선박·기차·차량 등에 안테나를 장착하면 고속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Electronically Steerable Antenna, 이하 ESA) 기술을 보유했다. ESA를 적용하면 기내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원활히 시청할 수 있다.
페이저솔루션은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한화페이저로 새출발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화는 인수 후 3년간 약 130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작년 2월 7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지분 구조는 한화시스템 100%에서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절반씩으로 변경됐다. 직원 수도 9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화는 한화페이저를 키워 우주 인터넷 시장 진출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우주 인터넷 시장은 국제 규제 미비, 위성간 충돌에 따른 우주쓰레기 증가, 높은 위성 발사 비용과 서비스 비용 등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도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렸었다. 2002년 설립 후 약 11년 만인 작년 1분기 첫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항공우주용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을 철수한 후 지상용 기술 확보에 나선다. 지상용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는 저궤도 위성과 통신이 가능하도록 지상에 설치하는 안테나다. 자동차와 무기 등에 장착할 수 있는데, 군용의 경우 지상고정형과 이동형 등 다양한 종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은 방산 시장을 위한 지상용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다. 작년 말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신속원)이 주관하는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 사업 협약을 맺었다. 올해 5월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와 군용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