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Rio Tinto)가 미국 배터리 금속 기업 아카디움 리튬(Arcadium Lithium) 인수 과정에서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 철광석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리튬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리오 틴토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카디움 주주들은 리오 틴토의 67억 달러(약 9조6400억원) 규모 인수 계약과 관련해 허위 진술과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카디움 측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19건의 허위 진술·과실 주장이 제기됐으며, 미국 내 4개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 공시를 통해 거래 지연을 막고 소송에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주주 투표에서 인수안 찬성을 권고하고 있다.
뉴욕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의 신원과 지분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리오 틴토의 인수 계획이 위협받고 있다. 반면, 미국 주요 투자운용사인 칼버트(Calvert)와 캘리포니아 교사퇴직연금(CalSTRS)은 이번 인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아카디움 주주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리오 틴토는 지난 10월 아카디움을 주당 5.85달러, 총 67억 달러(약 9조602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카디움의 10월 4일 종가인 주당 3.08달러보다 9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지만, 지난해 5월 기록한 최고치인 106억 달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리오 틴토는 미국 앨버말(Albemarle), 칠레 SQM에 이어 세계 3위 리튬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리튬 가격이 최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리오 틴토의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기차 판매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현재 탄산 리튬 가격은 톤당 1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리오 틴토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튬 수익성을 낙관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리튬 가격 폭락은 오히려 아카디움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카디움은 지난해 미국 리벤트(Livent)와 호주 올켐(Allkem)이 합병해 설립된 기업으로, 아르헨티나와 호주에 광산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에 가공시설 운영권을 확보 중이며, 테슬라와 BMW, 도요타,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리오 틴토는 아카디움 인수로 리튬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아카디움이 보유한 직접 리튬 추출(DLE) 기술을 확보해 공급망 탈중국화를 추진할 계획으로 보인다. DLE 기술은 리튬 가공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평가되며, 리오 틴토는 이를 활용해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에 글로벌 리튬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리오 틴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라르 델 린콘(Salar del Rincón) 리튬 프로젝트 생산 능력을 연간 6만 톤(t)으로 확대하기 위해 25억 달러(약 3조581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린콘 프로젝트는 '리튬 삼각지대' 중심부에 위치한 리오 틴토의 첫 상업적 규모 리튬 사업장으로, DLE 기술을 도입해 개발 중이다. <본보 2024년 12월 13일 참고 리오틴토,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에 3.6조원 추가 투자>
현재 전 세계 광물 정제 공장의 70~90%가 중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리오 틴토의 이번 인수는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도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리오 틴토의 리튬 시장 진출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