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케냐가 풍부한 광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광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만큼 경제적 잠재력도 크지만, 정책적 과제와 시장 환경 제약이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케냐는 희토류와 금, 철광석 등 금속 광물과 소다회, 석회석, 형석 등 비금속 광물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크왈레 주에는 1억4080만 톤(t)의 티타늄 모래가 매장돼 있으며, 동·서부 지역에는 2억t 이상의 철광석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광물 개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자원의 경제적 활용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냐 광물 산업은 연간 약 66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광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0.7~0.9% 수준으로 낮다. 이는 지난 2016년 개정된 광업법이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법은 환경 보호와 지역 사회 참여를 강조하고, 광업 면허 발급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규제 강화와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신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케냐 정부는 지난 2023년 티타늄, 희토류, 금 등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수출 통제와 현지 소유권 비율 강화, 세금 인상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채굴권 신청 수수료를 10배 인상해 투기적 투자를 배제하려 했지만, 면허 발급 신청의 90% 이상을 거부하는 등 투자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원광 수출을 제한하고 국내에서 가공을 강화하려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케냐 정부는 가공시설을 운영하며 추가 투자 계약도 체결했지만, 철광석의 경우 글로벌 가격 대비 높은 수출세로 인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철광석을 정제해 생산되는 마그네타이트의 수출 금지는 매년 약 1억2000만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제련 산업이 아직 미성숙해 국내 가공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광업 개혁으로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은 강화됐으나, 높은 비용 부담과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실제로 케냐 광업 부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했고, 연간 생산액도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케냐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개혁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환경 개선과 정책 일관성을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 기업의 경우, 케냐와의 직접 거래보다는 채굴장 인프라 구축 등 간접 투자 전략을 통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케냐 정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과 기자재 공급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케냐 정부의 정책 안정성과 높은 비용 문제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