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물량공세로 시름하던 국내 철강업계가 추가 관세로 견제에 나선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국내 철강 산업의 불공정한 경쟁 상황이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산 강판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산 저가 강판이 국내 철강시장을 교란하자 무역 구제 조치로 대응한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AD) 조사를 신청했다. 무역위원회는 신청인 자격과 덤핑 관련 증거에 대한 검토를 거쳐 2개월 안에 조사 개시 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 피해조사에 착수하면 예비판정과 함께 정부에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무역위는 현대제철이 5개월 전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도 산업 피해조사를 실시했다. 이르면 이달 중 예비판정과 함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요청할 방침이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얇게 펴 만든 철판 형태의 반제품이다. 자동차구조용, 강관용, 고압가스용기용 등으로 제조돼 자동차·건설·조선·파이프·산업기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현대제철이 수입산 강판을 대상으로 AD 제소를 진행하는 건 중국산의 저가공세로 열연 제품 가격이 왜곡되고 있어서다. 중국산 강판은 톤(t)당 가격이 한국산 강판보다 약 10만~20만원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체들은 비용과 수익성을 고려해 중국산 강판을 구매하고 있어 국내 철강 회사의 경영 압박은 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의 일부 생산 시설은 폐쇄됐고, 공장 리노베이션과 유지보수 주기도 연장됐다.
정부가 무역 조치를 적극 활용해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자 철강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한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735만5000t이다. 지난 2022년 대비 37.3% 증가했다.
다만 수입산 강판에 관세가 부과되면 강판 가격이 상승해 국내 조선소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국내 조선소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을 사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철강 가격 상승으로 조선소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국내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중소 철강사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들은 국내외 제강사에서 열연강판을 구입해 자동차용 강판, 건축용 철근, 컬러강판, 강관 등을 만들고 있다. 중국산 열연강판 관세 부과로 판매 가격이 높아지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손실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