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가 차량 통행량 기준치를 크게 밑돌며 연간 약 4300억원에 달하는 손실보전금을 지급받았다. BOT(건설·운영·양도) 모델로 추진된 튀르키예 대형 인프라 사업이 연간 통행량 기준치 미달로 인한 재정 부담과 정책 효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6일 튀르키예 야당 공화인민당(CHP)에 따르면 데니즈 야부즈일마즈(Deniz Yavuzyılmaz) 의원은 최근 차나칼레 대교 실적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차나칼레 대교의 연간 차량 기준 통행량 1642만5000대 중 실제 통행량은 268만4738대에 그쳤으며, 목표 대비 달성률은 16%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행량 부족으로 인한 재정 손실은 운영사가 아니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며 "2024년에도 재무부가 운영사에 2억8170만 유로(약 4270억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차나칼레 대교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이른바 '이순신팀'으로 건설, 지난 2022년 3월 개통됐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고,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23년을 기념해 주경간장 2023m로 설계되면서 세계 최장 현수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BOT 방식으로 추진됨에 따라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등이 약 12년간 운영한 후 오는 2034년 정부에 이관될 예정이다. 정부는 차량 통행량이 연간 기준치 1642만5000대(하루 4만5000대)를 밑돌 경우 정부가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는 차나칼레 대교 교통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상 운송 요금을 인상하고 페리 운항 횟수를 줄이는 등 여러 대책을 시행했지만, 높은 통행료와 대체 수단인 해상 운송 경쟁력이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교 이용료가 비싸 이용자들은 여전히 대교 대신 기존 페리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차나칼레 대교는 지난 2018년 4월 착공해 48개월만에 완공됐으며, 총 길이 3563m의 규모를 자랑한다. 주탑과 주탑 간 거리인 주경간장 2023m는 일본 아카시 해협 대교(1991m)를 넘어 세계 최장 현수교 기록을 경신했다. 현수교 기술력 순위는 주경간장 길이로 결정된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차나칼레 대교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 기획, 금융 조달, 시공, 운영까지 담당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을 선보이며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차나칼레 대교는 경제적 부담과 상징적 성과라는 양면성을 가진 사례로, 향후 튀르키예 인프라 정책 판단에 있어 핵심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