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첫 번째 달러화 채권 발행에 나섰다. 수출입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기업의 외화 채권 시장 첫 주자로 나서면서 이번 발행 결과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전날 SEC에 20억 달러(약 2조9100억원) 규모의 만기 20년물 달러화 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 설명서를 제출했다. 수은은 글로벌 수요 예측을 거쳐 발행 금액과 금리, 만기 등 구체적인 발행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수은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ANZ △씨티그룹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HSBC △JP모건 △웰스파고증권 등 7곳의 해외 금융기관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이 보조 주관사 역할인 공동 리드 매니저를 맡아 발행에 참여한다.
조달된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상환과 운용 자금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행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 국내 기업 모두를 통틀어 첫 해외 자금 조달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번 발행에 보이는 반응이 정치적 혼돈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과 신뢰도를 확인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외화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현재 수은의 채권 발행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성공적인 발행 가능성도 크게 점쳐진다.
수은의 국제 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2'(무디스 기준)로, 한국 정부와 동일한 등급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번 발행 규모와 조건은 지난해 1월 발행된 달러채와 유사한 수준이고 만기가 긴 채권이라 정치적 불확실성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수은은 지난해 1월 20억 달러 규모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발행한 채권은 △미국 달러화 3년물 8억 달러(미국채 3년+0.53%) △5년물 8억 달러(미국채 5년+0.63%) △10년물 4억 달러(미국채 10년+0.73%)로 구성됐다. 특히 새해 들어 전 세계에서 발행된 총 593억 달러 규모 투자 적격 등급 채권 중 유일하게 유통 채권 대비 낮은 가산금리(0.02%)로 발행했었다. 투자자 구성에서도 아시아·미국·유럽 외 중남미 지역까지 다양성을 확보했었다.
이번 수은의 달러화 채권 발행은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 채권) 벤치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은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