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자원의 보고인 그린란드는 최근 지정학적 요충지로 부상하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미개발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빙하가 녹으면서 자원 채굴이 용이해지자 주요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는 빠졌던 그린란드 매입 이슈를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다시 언급하며 국제 안보 차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국제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중국 군함과 선박이 도처에 있는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주덴마크 미국 대사를 지명하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공식화하며, 필요 시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자원 확보·군사적 존재감 강화를 추진해온 미국은 그린란드 내 희토류 등 주요 자원의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대중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 주요국은 미국의 일방적 행보에 우려를 표하며, 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는 지난해 3월 그린란드 수도 누크(Nuuk)에 사무소를 개소하며 그린란드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핵심 원자재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EU가 지정한 34개 핵심 원자재 중 25개가 그린란드에 매장돼 있어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핵심원자재법'을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으로 핵심원자재법 1차 전략 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본보 2025년 1월 19일 참고 EU, 핵심원자재법 전략 프로젝트 공개 임박>
그린란드는 북미, 유럽,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해상 운송로로,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노선 대비 운송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도 평가받는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란드를 '북극 실크로드'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나, 덴마크 정부의 반대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러시아는 그린란드를 북극 전략의 일부로 간주하며, 전략 원자재 개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