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리나라의 금융 지원을 받아 추진하려던 바탐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단한다. 한국의 정치적인 혼란으로 정부간계약(G2G)을 연장하더라도 지연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간 파트너십이 없던 일이 됐음에도 LG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하는 양상이다.
7일 콤파스와 CNN인도네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하원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바탐 데이터센터 투자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메우티우 하피드(Meutya Hafid) 정보통신부 장관은 회의 직후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과 체결한 파트너십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탐과 치키랑, 동칼리만탄 신수도 등에서 데이터센터 3~4개 구축을 추진해왔다. 바탐 데이터센터는 한국 정부와 G2G 방식으로 추진됐다. 한국으로부터 저리로 차관을 지원받아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추진 속도가 더뎌 결국 어그러졌다. 한국으로부터 계약 연장 요청을 받았지만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는 게 현지 정부의 설명이다.
하피드 장관은 "2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며 "격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도 프로젝트를 지연시킨 요인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국가 리더십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의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협력을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지 정부는 협력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무산되며 한국으로부터 받으려 한 7730억 루피아(약 690억원) 상당의 금융 지원도 취소하기로 했다.
정부간 협력은 엎어졌으나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노리는 민간 기업들의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정부에서 바탐을 제외한 추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수주 기회는 남아있어서다.
LG는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LG CNS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LG 계열사 3곳은 작년 말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자 자카르타에 통합법인 '원(One) LG 솔루션'을 만들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약 3억 달러(약 4300억원)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