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말레이시아를 누비며 현장 중심 경영을 본격화한다. 사라왁 주총리와 회동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공장도 직접 찾았다. 말레이시아 사업 거점을 활용해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호황을 맞은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다.
사라왁 주정부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일(현지시간) 사라왁주 쿠칭 총리실에서 아방 조하리 오펭(Abang Johari Openg) 주총리를 접견했다.
이번 만남은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테라서스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반제품 공장 가동을 앞두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신공장이 한국·일본 기업이 협력해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합작공장 건설로 사라왁주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거점으로 도약하게 됐다고 강조하며, 사라왁주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숙련된 인력을 양성해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전문가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라왁 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이 회장은 OCI 테라서스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성공적인 신공장 건설을 목표로 발 벗고 나서며 말레이시아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방한한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갖고 사업 협력을 논의했었다. <본보 2024년 11월 26일 참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말레이시아 총리 회담…2029년까지 투자 확대 '약속'>
OCI는 지난 2023년 말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회사인 '도쿠야마'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투자 주체는 OCI였으나 OCI 테라서스로 변경됐다. 김유신 OCI 사장은 지난 7일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제 정세, 경기 침체 등 여러 영향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줄어 공격적인 투자를 고민하게 됐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룹사 차원에서 투자 효율성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OCI 테라서스와 도쿠야마는 사말라주산업단지에 공장을 짓는다. 2027년부터 연간 1만1000톤(t) 규모의 반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국내 군산 공장에서 후처리 가공을 거쳐 완제품으로 고객사에 판매한다. 말레이시아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확대로 반도체 시장은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7050억 달러(약 1010조원)로 전년보다 12.7%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까지 연평균 9.4%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AI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수요도 장기적으로 늘 전망이다.
OCI는 2020년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군산 공장에 연간 47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