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실물 금 시장과 대체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9개 상품 금리는 평균 연 2.9%로 나타났다. 3%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3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3%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금리가 그나마 높은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 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5일 현재 3%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금통위원 6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에 맡겨둔 돈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5대 시중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은 25조9203억원에 달한다. 이탈한 자금은 주식과 가상자산, 실물 금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주식의 지난 3일 투자자예탁금은 58조2317억원으로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의미한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원화 예치금은 지난달 말 기준 10조6561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 수요도 급증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1~13일 골드바 판매액은 406억345만원으로 전월 동기(135억4867만원) 대비 3배, 전년 동기(20억1823만원) 대비 20배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 13일 기준 89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덩달아 은 수요도 늘었다.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의 지난 2~13일 실버바 판매액은 5억2889만원으로, 전월 동기(3422만원)의 15배를 넘겼다. 일부 은행은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들이 이자를 덜 주면서 예금 매력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주식·가상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값 상승세와 맞물려 실물 금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