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현대차·기아 협력사이자 자동차 시트용 가죽 전문 제조사 유니켐이 유럽과 멕시코에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하며 글로벌 입지 확대에 속도를 낸다. 전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한편 친환경 소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16일 싱가포르 경제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김진환 유니켐 대표는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유럽과 북미(멕시코)에 신규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며,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켐은 도장, 재단, 봉제 등 일부 공정만 현지화하고, 천연 가죽의 정밀한 가공 등 핵심 공정은 한국 본사에 유지하는 '분산형 생산 체제'를 채택할 계획이다. 해외 공장 설립시 제한된 자본 투자와 품질 유지의 어려움 때문이다. 유니켐은 분산형 생산 체제를 통해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품질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976년 설립된 유니켐은 천연 가죽 및 특수 섬유 소재를 전문으로 개발·공급하는 국내 대표 소재 제조업체다. 현대차·기아의 주요 협력사로, 차량용 시트에 적용되는 천연 가죽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 특히 현대차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도 초기 투자 단계부터 파트너로 참여해 품질 관리와 생산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바 있다. 유니켐 임원진 다수가 현대차와 KG모빌리티(옛 쌍용차) 출신으로 구성, 완성차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대응력이 높은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멕시코는 멕시코는 브라질산 원피를 활용한 대규모 가죽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현대차·기아의 북미 진출 확대와 맞물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멕시코는 원피 수급과 가공, 물류까지 통합된 공급망이 갖춰진 지역으로, 고객사의 생산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켐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앙아시아 역시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지정학적 중립성을 갖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은 미국·유럽·중국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진환 대표는 “현대차·기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중앙아시아 진출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조사와 네트워크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생산 설립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공동 진출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켐은 향후에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 기지 확장에 맞춰 지역별 맞춤형 공급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한 소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유니켐은 한국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앞으로는 소비자 대상 브랜드 사업까지 확장해 B2B를 넘어 B2C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