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이연춘 기자] #. 50대 여성 환자인 김연정씨(가명)는 말기 무릎 관절염으로 다리가 휘어지고 통증이 극심했다. 하지만 김씨는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20대에 교통사고를 당해 허벅지뼈와 종아리뼈에 긴 금속정을 삽입했기 때문. 수술을 위해서는 금속정을 뽑아야 하는데 30년 동안 삽입되어 있었던 금속정을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스트라이커의 마코, 짐머바이오메트의 로사, 스미스앤네퓨의 나비오, 큐렉소의 큐비스조인트 등이 있다. 이중 마코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로봇으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44개국에서 약 150만건 이상의 수술사례와 425건 이상의 임상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 운영되는 마코로봇은 총 40대로, 이중 목동힘찬병원이 3대를 보유하고 있다.
마코로봇 한국지사인 한국스트라이커 관계자는 "목동힘찬병원의 마코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만1243건으로 단일병원으로서 단연 국내 최다 수술건수다"며 "특히 2023년에는 목동힘찬병원이 세계에서 마코로봇 수술을 가장 많이 했으며, 2024년에도 세계 최다 수준”이라고 전했다.
21일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2020년 2~5월 수술)와 로봇(마코) 인공관절 수술 환자(2023년 6월~2024년 2월 수술) 각 50명의 수술 전후 다리각도를 비교해본 결과, 일반 수술은 수술 전 평균 약 9.7도에서 수술 후 평균 약 2.9도로, 로봇 수술은 수술 전 평균 약 8.6도에서 수술 후 평균 약 1.8도로 개선됐다.
이수찬 목동힘찬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수술 후 다리각도가 3도 이내면 일반적으로 수술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데 1.8도면 거의 일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리가 일자로 바르게 교정되면 무릎이 체중의 부하를 고르게 받기 때문에 인공관절로 가는 부담을 덜어줘 조기 마모를 방지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무릎의 운동범위도 커져 관절의 기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술시간에도 차이를 보였다. 일반 수술은 평균 약 50.6분이 걸린 반면, 로봇 수술은 평균 약 44.3분으로 수술시간을 약 6.3분이나 단축시켰다. 입력된 사전정보와 실제 관절상태를 확인하는 작업 때문에 로봇 수술 도입 초기에는 단점으로 작용했던 수술시간이 일반 수술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외에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약 12~18개월이 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전 평균 7.1점이었던 통증평가척도(VAS: Visual analog scale)가 수술 후 평균 0.7점으로 대폭 감소했다. 관절의 기능을 주로 평가하는 슬관절점수(KSS:Knee Society score)는 수술 전 평균 약 111점에서 수술 후 평균 약 178점으로 개선됐다. 5점을 만점으로 하는 환자 만족도에서는 평균 약 4.4점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 원장은 “로봇 수술은 출혈량이 적은 게 큰 장점으로 자체 조사결과 약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량의 출혈로 인해 수술 후 전신기능 저하, 섬망, 심각한 저혈압 증세 등으로 1년에 2∼3건 정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서 전원 건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출혈로 인한 합병증, 부작용을 줄이고 수술의 안전성이 높아지다 보니 고령환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로봇 수술 도입 전후 각 30개월 동안의 80세 이상 고령환자 수술 건수를 비교해보니 도입 전에는 96건, 후에는 490건으로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힘찬병원은 많은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현재까지 총 8건의 마코로봇 관련 국제논문을 발표했고, 이중 5건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SCIE급 저널에 게재됐다. 현재까지 국내 의료진이 발표한 마코로봇 관련 논문은 총 10건으로 이중 8건을 힘찬병원에서 발표한 것이다.
특히 힘찬병원은 수술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절삭기구를 자체 개발해 국내와 국제특허를 취득하고,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 수많은 임상결과, 뼈가 단단한 남성 환자들의 경우 대퇴골(허벅지뼈)를 다시 절삭을 해야 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진들이 직접 수술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기구는 로봇 수술의 장점인 정확도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뼈 절제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현재 기존 로봇 수술기구와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법으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더욱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