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투자진흥원 "트럼프 관세, 도전이자 기회…공장 이전 적을 것"

뜨란 푸 루 ITPC 원장 인터뷰
"투명한 공급망 관리·OBM 전환 등으로 중국 우회 수출 의혹 피해야"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은 미미…韓 호치민 투자 3000여건"

 

[더구루 호치민(베트남)=오소영 기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보다 더 많은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지역이 바로 호치민시다. 삼성전자와 효성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의 거점도 호치민에 있다. 호치민은 발달된 교통 인프라와 우수한 인적 자원, 막대한 세제 지원 등을 바탕으로 상당한 투자를 확보했다. 이는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으로 베트남의 투자 환경에 대한 우려가 많다. 호치민투자진흥원(ITPC)은 미국발 관세가 베트남 경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지 정부와 기업의 공조를 강조했다. 호치민 투자 환경의 경쟁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더 많은 투자 유치에 자신감을 표했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 줄일 해법 '세 가지'


뜨란 푸 루(Trần Phú Lữ) ITPC 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베트남 경제와 기업들에 도전이지만 동시에 재정비할 기회이다"라고 평가했다.


루 원장은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최대 45%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후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즉시 실무 그룹을 꾸려 미국과 협상을 준비 중이며, 호치민시 차원에서도 경제·법률 전문가들과 자문 회의를 열어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과 소통해 공급망 다변화와 품질 경쟁력 강화, 17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을 모색하고 있다.

 

루 원장은 베트남 진출 기업들에 △규제 준수 △가치사슬 고도화 △대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조언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만들고 북미로 수출하는 우회 수출을 경계하고 있다. 46%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유도 베트남이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기반한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우회 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루 원장은 공급망 추적 문서와 원산지 표시 등을 투명하게 관리해 미국발 보복성 관세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트남 내 단순 조립 위주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은 우회 수출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어 OEM을 OBM(제조업자 브랜드개발생산)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 적어…韓 투자 3000건 달해

 

글로벌 최저한세(연결 매출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 내야 할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을 경우 본사 소재지 정부에 차액을 내야 하는 제도) 역시 지난해 베트남 투자 기업들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지 진출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루 원장은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이후 현지 투자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최저한세를 대체할 인센티브로 투자지원기금을 만들어서다. 투자지원기금은 첨단 기술 투자에 대해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다. 베트남 정부는 작년 말 시행령을 발표했다. 루 원장은 "시행령 발표 이전에 베트남 재무부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 내용을 포함시켰다"라며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제공하는 실질적인 혜택은 유지되며 단지 지원 방식만 달라졌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대기업이 타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관측했다.

 

또한 "호치민시는 단순히 세제 혜택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라며 △안정된 정치 환경 △지정학적 위치 △높은 소비 잠재력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 △주요국과의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핵심 경쟁력으로 나열했다.

 

호치민은 작년 3월 기준 베트남 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지역이다. 신규와 추가 투자를 합친 투자 유치 건수는 약 1만4000건에 달한다. 루 원장은 "3월 기준 한국은 호치민에서 네 번째로 많이 투자한 국가로 유효 프로젝트 수가 2294건"이라며 "삼성·LG 등 전자, 기계, 부품 제조 분야에서 투자가 활발하고 부동산 분야에서도 현대건설·대우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PC는 한국 기업의 호치민 진출을 지원하고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루 원장은 "이 협력은 2016년 체결된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한다"며 "투자 환경과 우대 정책 등에 대한 정보 교류와 양국 기업 간 연결을 위한 세미나와 회의, 홍보 행사 개최, 세금·인허가 등 한국 기업이 겪는 애로 해소, 첨단 기술을 비롯한 전략 산업의 협력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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