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화학이 인도네시아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분야 투자를 검토한다. 전기차 중심에서 친환경 소재로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인도네시아가 LG화학의 새로운 글로벌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에 따르면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장관은 최근 자카르타에서 김동춘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본부장(부사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기차부터 SAF, PBAT까지 LG화학의 주요 사업군에 대한 폭넓은 투자를 통해 청정에너지 산업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하르타르토 장관은 SAF 사업 공동 개발에 관심을 표명, LG화학이 인도네시아에서 SAF 생산을 추진하는 등 항공연료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부사장과 하르타르토 장관 간 회동은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소재 산업 협력 현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김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전구체, 양극재 등 LG화학이 인도네시아에서 투자를 진행중인 전기차 소재 분야 뿐만 아니라 SAF, PBAT 등 LG화학의 현지 사업 전반을 논의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SAF와 PBAT는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육성하고 있는 사업군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성 부문에선 고성장하는 항공연료 분야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화학적 재활용 및 바이오 소재는 요소 기술을 내재화하여 시장 개화 시점에 언제든 차별적 경쟁 우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은 이탈리아 '이엔아이(ENI)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오는 2027년까지 충남 대산에 연간 30만 톤(t) 규모의 ‘HVO(차세대 바이오 오일)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682억원을 출자했다. HVO는 폐식용유 등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한 친환경 연로로 저온에도 얼지 않아 SAF 재료로 사용된다. 보령에서는 다른 기업, 연구원 등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SAF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PBAT는 LG화학이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로, 원재료 단계에서 바이오 원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최근 LG화학의 PBAT 사업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충남 대산 PBAT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당초 지난해 시생산을 거쳐 양산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시장 개화 속도가 늦춰지면서 양산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르타르토 장관은 "LG그룹의 전기차 생태계 개발 및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의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LG화학에게 인도네시아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특히 친환경 산업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