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이 폴란드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오르카(Orka)' 수주를 위해 공동 미디어데이를 열고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핵심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공식 제안서 제출에 앞서 여론을 선점하려는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HAEU)에 따르면 한화오션, 한화시스템과 지난 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주요 국방 전문 기자들을 초청한 언론 간담회 '프레스 런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오르카 사업 제안에 담긴 핵심 내용을 공식 공개하고, 한화그룹이 폴란드의 장기적인 국방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화오션은 신형 잠수함 도입 전까지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갭 필러(gap filler)' 개념으로 KSS-I급 잠수함 리스를 포함해, KSS-III Batch-II 기반 차세대 디젤잠수함 3척 공급, 폴란드 내 상설 MRO(정비·수리·분해점검) 센터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종합 제안 패키지를 소개했다. 여기엔 1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술 이전, 고급 인력 교육, 현지 조선소와의 협업 방안 등도 담겼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폴란드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 협력 모델"이라며 "해군 전력 보강은 물론, 자주국방 역량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Homar-K 다연장로켓체계 등 폴란드와 이미 협력 중인 지상 무기 사업 성과를 함께 소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HAEU) 관계자는 "3단계 계약 이행 과정에서는 현지화 심화, 기술 이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점이 뒤따른다"며 "이는 폴란드 방산 부문에서 한화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은 자사의 C4ISR, 센서 융합, 레이더 시스템, AI 기반 방산 솔루션 등 첨단기술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지상과 해상, 사이버 등 방산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 역량을 강조했다.
한화가 적극적인 현지 언론 대응에 나선 것은 오르카 사업이 폴란드 방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프로젝트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내재화를 중시하는 폴란드 정부의 기조상,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닌 전력 공백 최소화, 산업 협력, 장기적 파트너십 등을 포함한 종합 패키지가 수주 경쟁력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공식 제안서 제출에 앞서 현지 여론과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전략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오르카 사업은 폴란드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잠수함 확보 프로젝트로, 노후화된 콜린급과 212A급 잠수함을 대체할 신형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3척 이상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해상 전력 강화, 나토 작전 역량 확대, 폴란드 방산 산업의 기술 자립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오는 9월 최종 계약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 등 산업 협력 방안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각국 주요 방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