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차량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삼성 오토(Samsung Auto)' 서비스를 확대하며 구글, 애플이 주도하던 스마트카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장 사업 확장과 갤럭시 점유율 반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레딧’의 한 사용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운영체제 '원 UI 7(One UI 7)'에 '삼성 오토' 기능이 추가됐다고 올렸다. 삼성 오토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부터 지원을 시작한 중국 전용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삼성 오토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오토의 '중국형 대체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구글 서비스가 차단된 중국 시장 특성에 맞춰, 바이두의 차량용 플랫폼 '카라이프 플러스(Baidu CarLife+)'와 중국 스마트카링크개방연맹(ICCOA)의 '카링크(CarLink)'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중국형 아우디, 지리, 비야디(BYD) 등 현지 자동차와의 연동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바이두와 스마트카 네트워크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으며, 삼성 오토는 양사 협력의 첫 결실로 평가된다. ICCOA는 오포(OPPO)가 창안자동차,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 함께 2021년 설립한 연합체다. 삼성전자가 이들과 연계한 것은 중국 현지 차량과의 직접적 연결성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 오토는 삼성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중국어 버전과 위챗(WeChat), 바이두맵(Baidu Map) 등 현지 필수 앱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원 UI 7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조작하지 않고도 내비게이션 주소를 차량 시스템에 전송할 수 있는 '위치 기반 내비게이션' △일부 중국어 앱과 통합돼 화면 측면에 바로가기를 띄우고 목적지를 차량으로 전송할 수 있는 '빠른 탐색을 위한 주소 인식'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운전자의 편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삼성전자는 폐쇄적인 중국 디지털 환경을 정조준하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차단돼 있고, 애플 '카플레이' 역시 제한적인 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바이두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화된 차량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제공하며, 중국 스마트카 생태계에 자리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전략에는 단순한 전장 사업 확장을 넘어 중국에서 1%대에 머물러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점유율 회복이라는 목표도 담겨 있다. 차량과 스마트폰 간 연결성을 높여 갤럭시 사용자의 경험을 확장하고 중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전장-모바일 시너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도 지난달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국 시장 전략과 관련해 "중국 전략의 기본 방향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갤럭시의 AI 기능 강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 서비스, 콘텐츠와 협업함으로써 중국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최근 중국 출장 중 왕찬푸 비야디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전장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의 방문 이후 삼성전기가 비야디로부터 대규모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현지 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갤럭시 S6 시리즈와 함께 '자동차 모드(Car Mode)'를 출시해 주목받았으나, 이후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의 확산에 따라 2019년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4 시리즈, 갤럭시 Z플립6 등을 대상으로 한 원 UI 7의 글로벌 업데이트를 일시 중단했다. 일부 사용자를 중심으로 기기 잠금 해제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업데이트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