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당장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역전쟁 여파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 조정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시장이 최근의 정책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적응하고 있다"며 "현재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위치에 있다"며 "성급한 정책 조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역 갈등 격화로 인한 관세 인상에 대해 "단기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도 상승할 수 있다"며 "연준에 매우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안정 없이는 지속적인 고용 호조도 기대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정책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이미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추가 관세가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충격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안정 과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파월 의장의 신중한 기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일부 위원은 다른 견해도 내놓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관세의 물가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이라면 연준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명확한 물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