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중국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와의 거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민항기 산업의 급성장과 맞물려, 향후 대한항공의 기단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CNBC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맥은 미래가 밝은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주문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은 이미 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약 150대의 항공기를 주문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이 물량만으로도 향후 10~15년간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코맥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고 있는 민항기 제조 기업이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민항기 시장을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하며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코맥의 주력 모델인 C919는 160석 이상의 대형 항공기로, 이를 앞세워 중국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C919는 2022년 9월 중국 항공 당국의 감항 인증을 받은 후 2023년 5월부터 중국 내 항공 노선에 투입됐다. 현재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에서 운항 중이다. 코맥은 ARJ21 지역 항공기를 개발하여 중국 지방 항공사들과 협력하며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 업계를 덮친 공급망 문제로 인해 기단 수급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게 조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 최소 5~6대의 항공기가 부족한 상황으로, 운항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일부 노선을 줄여야 했다"며 "공급망 문제는 엔진에도 영향을 미쳐 엔진이 없어 지상에 묶여 있는 항공기들도 여러 대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이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이 탑재된 보잉 항공기를 대규모 추가 주문한 것과 관련 한·미 무역 협상과 무관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 나은 연료 효율성과 경제성을 위해 작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새로운 항공기가 필요해 보잉 항공기에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5년 동안 보잉 항공기를 사용해왔고 보잉을 100% 신뢰한다"며 "신형 항공기에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보잉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 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와 러셀 스토크스 GE CEO와 만나 3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논의 사항은 작년 7월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이행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20대를 2033년까지 도입하고, 비슷한 조건으로 추가 항공기 10대 구매 옵션을 포함한 계약을 추진키로 했다. GE의 예비 엔진 8대(옵션 엔진 2대 별도) 구매와 보잉 777-9 항공기용 GE9X 엔진에 대한 정비 서비스 계약도 진행된다. 이 협력의 총 규모는 보잉 항공기 구매 249억 달러, GE 엔진 구매 및 정비 78억 달러로, 총 327억 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169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이며, 그 중 23대는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대한항공은 203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주문했으며, 올해 15대의 항공기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주문 내역에는 A321, A330, A350, B737, B777 등 다양한 모델이 포함돼 있다.
한편 조 회장은 실적에 대해 "미국행 여객 수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화물 수요가 높았고 사업도 호조를 보였다"며 "미중 간 불확실성 때문에 2분기 실적이 다소 우려되지만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