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 '빅4'가 저마다의 차량 제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다가오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SDV는 운전자가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구동과 조향 장치까지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는 SDV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 ‘플레오스’ 플랫폼 공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SDV 구현을 위한 차량 제어 운영체제 ‘플레오스 비히클 OS(Pleos Vehicle OS)’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공개했다.
플레오스 비히클 OS는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운영체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AAOS(Android Automotive OS)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모바일과 차량 간 연결성을 강화해 사용자가 익숙한 앱과 콘텐츠를 차량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누구나 차량용 앱을 자유롭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오픈 생태계인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Pleos Playground)’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실제 차량 없이 앱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개발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만들어졌다.
◇토요타, ‘아린 OS’ 전략 발표
토요타 그룹은 지난 2022년 12월 ‘아린 OS(Arene OS)’ 전략을 공식 발표하고 SDV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린 OS는 자동차의 지능화를 가속화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효율적인 개발·평가를 위한 도구 세트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쉽게 통합하기 위한 개발 키트 △사람과 자동차, 자동차와 사회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다.
토요타 그룹은 올해부터 신형 라브4 등 주요 모델에 아린 OS를 적용하고 있다. 내년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BEV)인 렉서스(LF-ZC)에서 아린 OS를 안정화시킨 후 전 차종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VW.OS’ 개발 속도
폭스바겐 그룹은 글로벌 전장기업 콘티넨탈의 자회사인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일렉트로비트와 VW.OS 운영체제를 개발 중이다. 구체적인 완성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3년부터 일부 플랫폼에 시범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올해 안에 차세대 통합 플랫폼인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엔 한층 진화된 VW.OS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트리니티’라는 새로운 전기차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VW.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차세대 전기차 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기능 통합을 넘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최적화된 충전 성능, 혁신적인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GM, ADAS 중심 전략
GM 그룹은 SDV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중심 전략을 꾀하고 있다. GM 그룹의 최신형 ADAS 기술인 ‘슈퍼크루즈’를 기반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슈퍼 크루즈는 GM 그룹이 개발한 핸즈프리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이나 가속 페달 조작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고속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반(半)자율주행 기술이다. 북미 지역 20개 이상의 GM 모델에 적용됐으며, 한국에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GM 그룹은 SDV 시대에 맞춰 소비자 경험 강화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차량을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이동 중 경험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사고 자동 응답이나 긴급 서비스 등을 구성하고, 차량 정비 요소를 미리 예측해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기술 등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