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헝가리 배터리 산업계가 방한해 국내 주요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과 회동했다.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로 부상한 헝가리와의 기술·정책 교류가 확대되면서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17일 헝가리배터리협회(HUBA)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SK온, 포스코HY클린메탈, 성일하이텍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탄소중립연구소, 글로벌지식협력단지(GKEDC) 등과도 회동하며 산업 협력의 접점을 넓혔다.
우선 헝가리배터리협회는 SK온 정책기획팀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 분석, 세컨드라이프 배터리 활용, 재활용 기술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향후 정책·기술 교류를 위한 소통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포스코HY클린메탈 사업장을 방문해 국내 대표 수산화 침출(hydrometallurgy) 기반 블랙매스 리사이클링 설비도 시찰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화유코발트 간 합작사로, 연간 1만2000톤(t) 규모의 블랙매스를 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다. 헝가리에 직접 진출한 기업은 아니지만, 기술력과 설비 수준을 확인한 헝가리 측이 향후 현지 투자 가능성도 검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성일하이텍과도 회동해 리사이클링 공정 및 기술 현황을 공유받고, 성일하이텍 헝가리 법인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고 있는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적·행정 절차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성일하이텍을 포함한 복수의 기업들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배터리협회는 이번 방문을 통해 이같은 현안을 한국 측과 공유하고, 향후 헝가리 정부와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 해결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밖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으로부터 국내 배터리 재활용 정책 및 연구 동향을 공유받았다. 또 현대차그룹의 넷제로 전략을 소개한 탄소중립연구소 및 글로벌지식교류개발센터(GKEDC)도 방문해 민간과 공공 부문의 탄소감축 및 에너지전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기간 중 '인터림 리포팅 세미나(Interim Reporting Seminar)'도 열렸다. 헝가리배터리협회 대표단과 주한 헝가리 대사관과 헝가리 경제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헝가리 측은 한국과의 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양국이 추진 중인 '한-헝가리 배터리산업협력센터(KHBCC)' 설립 계획을 재확인했다.
헝가리배터리협회는 이번 방한이 산업 고도화를 위한 정책·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협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향후 한국과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KHBCC 설립, 공동 정책개발, 기술협력 연구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한 대표단은 헝가리배터리협를 중심으로 총 5명 규모로 꾸려졌으며, 일주일간 서울과 충청·전라권을 순회하며 국내 배터리 산업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본 방문은 헝가리 경제부와 네오만 기술플랫폼(Neumann Technological Platform)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주한 헝가리 대사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참여 기관 중 하나인 네오만 기술플랫폼은 헝가리 정부 산하의 전략 기술 협력 기관이다. 산학연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AI·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 정책 수립과 국제 협력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