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로봇 기술과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앞세워 제조혁신의 선두주자로 도약을 노린다. 가전 시장에서 쌓은 대량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신사업을 육성해 자사 공장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확대하며 제2의 효자 사업으로 키운다.
17일 미국 자동화 산업 전문지 '로보틱스앤오토메이션뉴스(R&AN)'에 따르면 송시용 LG전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상무)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동남아에서 턴키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수주 목표는 3억 달러(약 4085억원), 2030년까지 7억5000만 달러(약 1조214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작년 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 LG전자는 1년여 만에 외부 고객을 상대로 유의미한 실적을 쌓으며 사업 궤도에 올랐다.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지난해 외부 수주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올해 목표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출범 2년 차 만에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은 시장 반응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전략은 단순한 자동화 장비 공급을 넘어선 '맞춤형 토탈 솔루션'에 방점을 둔다. 공장 설계, 프로세스 감사, 투자수익률(ROI) 분석부터 단계별 실행 계획까지 고객 맞춤형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선 로봇 기반 조립 자동화, AI 기반 품질 검사, 지능형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을 갖췄으며, 소프트웨어는 설비 데이터 수집부터 통합 관리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 주문, 물류를 연계한다. 이 모든 기술은 LG의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 니즈에 맞춰 빠르게 최적화된다.
실제 LG전자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에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납품한 데 이어, 여러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혼류 생산 라인에 필요한 부품 공급 순서를 최적화하는 제조 제어 시스템(MCS)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신규 조립 및 가공 공장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송 상무는 "LG는 단순한 기계 공급을 넘어 고객 맞춤형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심에 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지향한다"며 "초기 공장 설계, 공정 진단, 투자 대비 효과 분석, 실행 로드맵 수립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수출 전략은 LG전자가 자체 구축한 고도화 제조 경험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경제포럼(WEF)이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선정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기술이 집약된 이 공장은 자동화율 60% 수준으로 LG 창원공장(45%)보다 앞선다.
클락스빌 공장은 200여 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CBRS 기반 프라이빗 5G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품을 나르며, AI 비전 시스템이 조립 불량을 실시간 감지한다.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생산 계획도 최적화한다.
약 2만 개의 QR코드와 라이다(LiDAR) 센서를 기반으로 무인운반차량(AGV)이 자율 이동하고, 로봇이 배터리 교체까지 자동 수행한다. 위험 작업에는 로봇을 투입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물류로봇(AMR) 도입을 통해 유연성과 효율성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에 연간 1000건 이상 보유 중인 관련 특허를 접목해 불량 예측, 설비 진단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자동화 및 품질관리 기술을 강점으로 앞세워 반도체, 제약, 식음료 등 신규 산업군으로도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