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한미약품그룹에 더 이상 분쟁은 없다. 선진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창조와 혁신, 도전의 한미 정신을 이어가겠다."
송영숙 회장이 지난 2월 한미약품그룹은 오너 중심의 기존 경영 체제를 쇄신, 현장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분쟁 종식 이후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에 새 이사진을 꾸리고, 오너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며 '뉴(NEW)한미'의 출발을 알렸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 선진형 지배구조를 통해 단박에 한미는 글로벌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약품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100일을 맞았다. 고(故)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불거졌던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봉합되며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된 '4자 연합'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창업주 일가와 대주주는 글로벌 빅파마 ‘머크’의 방식처럼 오너가가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가족만으로 이뤄진 가족위원회는 가문 차원의 경영 원칙을 설정하고, 가족들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파트너위원회는 주요 경영진을 임명하고 관리·감독한다.
28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이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 가동을 위한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확정했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대주주이자 그룹 회장 역할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송 회장의 사임과 함께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을 거쳐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역임하며 제약·바이오 산업과 금융계 양측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전문경영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한미의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 외에도 심병화 부사장(CFO), 김성훈 전무 등 3명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진에 합류했다. 한미약품은 기존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해 연구 중심 경영 기반을 강화했다.
이처럼 한미약품그룹은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고 전문경영인이 독립성과 책임을 갖고 운영하는 구조로 재편되며, 기존 오너 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본격적인 전환을 이뤘다. 임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복귀해 그룹의 감독자 역할을 맡고 있으며, 4자 연합이 선임한 이사진은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토대로 핵심 조직 재정비에 들어가는 등 '본업' 강화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신약개발 R&D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산이다.
김 부회장은 앞선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그룹의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며 "조직을 안정시키고 창업주가 일평생 가꿔온 한미의 정신을 토대로 ‘R&D 한미’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역시 "R&D에서 성과를 위한 연구로 방향을 전환해 완전히 달라진 한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가시적인 신약 성과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후보물질부터 자체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글로벌 학회에 항암과 비만대사, 희귀질환 분야 혁신 신약들의 연구 결과 40여건을 발표하는 등 R&D 성과를 공개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결과는 연내 첫 발표될 예정이다.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