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폴란드 정부 대표단이 방한해 방위사업청,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폴란드군 무기체계 도입을 둘러싼 계약 이행 속도를 높이고,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
14일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크시슈토프 가프코프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디지털부 장관이 이끈 대표단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부사장)과 공식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폴란드 국유 방산기업을 총괄하는 콘라드 고워타 국유재산부 차관도 배석, K2 전차 사업 등 방산 협력 현안을 점검하고 계약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로템과는 최근 확정된 K2 전차 2차 계약과 관련한 실무 협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계약은 K2PL(폴란드형 K2 전차)의 현지 생산을 포함해 총 180대 규모로, 업계에서는 약 8조8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방산 수출 계약으로 평가된다. 전체 물량 중 117대는 현대로템이 생산하고,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PGZ)가 현지에서 조립·생산한다.
이번 2차 계약은 폴란드가 2022년 한국 방산업체들과 체결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4개 무기체계에 대한 포괄적 총괄 계약의 일환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체결했다. 1차 계약은 국내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폴란드에 수출하는 형태였다. 2차 계약에는 국내 생산분과 함께 폴란드 군의 요구 성능에 맞춘 K2PL의 인도가 포함된다.
석 방사청장은 폴란드 측의 협상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계약 이행 과정을 직접 감독하고, 관련 진전 상황은 대통령실에 수시로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프코프스키 부총리와 고워타 차관은 방한 기간 중 현대로템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 경영진과 면담을 가졌다. PGZ도 대표단으로 참여, 우리 기업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장애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에 집중 논의했다.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PGZ와 한국 민간 방산 대기업 간 기술 기반 협업과 공동 연구개발, 장기적 산업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협력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고워타 차관은 "대표단은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등 한국 주요 파트너들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는 폴란드와 한국 양국의 헌신과, 우리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