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이 메이드 인 USA(Made in USA)를 원한다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겠다. 미국 판매에 있어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
셀트리온이 미국향 수출 의약품 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해 미국 내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 인수를 추진한다고 공시한 직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공장 인수를 위한 협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연내 인수가 완료되면, 셀트리온은 2년 치 재고 확보와 현지 CMO(위탁생산) 계약, 자가 공장 보유라는 '3단 방어벽'을 모두 갖추며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가장 빠르게 헷지(hedge)하는 국내 첫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관세를 기회로 전환한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해당 시설은 미국 내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한 대규모 cGMP 인증 공장으로,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생산 이력이 있는 곳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10월 첫째 주까지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며, 연내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2년 치 재고를 미국에 비축하고, 현지 CMO 업체들과도 공급계약을 체결해 단기 대응책을 갖춘 상태다. 여기에 자가 생산 시설까지 더해지면, 장기적·구조적인 대응까지 완성된 셈이다.
인수 대상 공장은 기존 제품 생산을 유지하면서 즉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셀트리온은 전체 설비의 절반을 피인수 기업의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자사 주력 제품 생산에 투입한다. 특히 관세 부과 가능성이 큰 품목을 현지에서 직접 제조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인수 후 셀트리온은 미국 내 수요와 신제품 출시 일정에 따라 생산설비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서 회장은 "최대 7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공정은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DP), 포장·물류까지 전(全) 주기를 아우른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부터 출하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서 회장은 "관세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하고, 미래 제품까지 안정적으로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는 원스톱 풀라인업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신규 출범한 CDMO(위탁개발생산)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사업과는 별개다. 서 회장은 "CDMO 전략은 미국 관세 정책이 명확해진 이후 연말쯤 최적의 솔루션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 정부는 관세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15~20% 수준의 관세를 일괄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의 관세 협상 시한은 다음 달 1일까지다. 셀트리온은 이미 대부분의 대응책을 마련한 만큼,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연구·생산·판매 전반을 아우르는 미국 내 이상적인 사업 생태계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대 시장"이라며 "관세를 피하려면 그 시장에 맞춰 생산과 판매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