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K-소부장]③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시장 '연결고리'…장비 생태계 디지털 전환 선도

“히말라야 오르듯”…서플러스, 레가시 장비 생태계 디지털 전환 도전
글로벌 부품 오픈마켓 플랫폼 '세미마켓'…25년 축적 데이터+AI 기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제조업의 뿌리다'. 이는 더 이상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니다. 국내 제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승(必勝) 전략'이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미래 모빌리티 보급 확대 등 산업 전반이 고도화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제조 공정의 혁신만으로 첨단 산업의 경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소재와 부품 산업군 까지 함께 발전해야 진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의 관세 전쟁으로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세계로 가는 K-소부장' 기획은 대내외 위기 상황 속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기술·공급망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을 집중 조명하려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책적 지원 방향도 함께 모색한다.  -편집자주-

 

[더구루=김은비 기자] “레거시 장비와 부품 시장에 도전하는 일은 마치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것처럼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험난한 길 속에서도 전 세계 수요자와 공급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시장 연결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레가시 장비와 부품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사각지대”라며 “서플러스글로벌은 이 오래된 시장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본지와 만난 김 대표에 따르면 레가시 산업 생태계는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그는 수억 가지에 달하는 부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과 거래하며 중고 장비 및 부품을 리퍼비시(Refurbish)해 공급하는 유통 전문 기업이다. 포토·에칭·신필름 등 생산 공정 전반에 걸친 장비 2만여 종, 부품 100만 종 이상을 취급하고 있으며 15만개 이상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약 2000억 원 수준이다.

 

 

◇ AI·데이터 기반 '세미마켓' 플랫폼…중고 반도체 생태계 혁신 시동

 

김 대표가 언급한 플랫폼은 최근 론칭한 ‘세미마켓(SemiMarket)’이다. 세미마켓은 장비 및 부품의 모델명, 파트넘버 등 오픈마켓 형태로 글로벌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최근 서플러스글로벌이 셀러 역할을 수행하는 자사몰 형태로 베타 오픈했다. 오는 12월부터는 셀러 중심 오픈마켓으로 운영된다. 김 대표는 “세미마켓은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반도체 부품 생태계를 디지털화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장비·부품 뿐만 아니라 칩·재료 등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미마켓의 핵심 경쟁력은 2000년부터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아마존처럼 고객에게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며 "현재 AI 전담 인력을 두고 추천 알고리즘, 카탈로깅 자동화, 표준화 등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중국은 위협, 미국은 기회”…해외 고객 확장 박차

 

서플러스글로벌은 국내 약 300여 개 리퍼비셔와 협력, 서플러스글로벌은 현재 전체 매출의 70~80%를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주요 고객국은 중국,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유럽 등이며, 6개 해외 지사(산호세, 도쿄, 상하이, 신주, 싱가포르, 뮌헨)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장비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 장비를 되살리는 데 강점이 있는 K-반도체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을 위협 요소로 꼽았다. 김 대표는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레가시 장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첨단 장비 분야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지만, 레가시 부문은 위협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30년 된 장비도 돌아가야 한다”…지속 가능한 생태계 비전 제시

 

서플러스글로벌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몰인 '세미마켓 파츠몰'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본사로 사용 중인 A동 인근에 '세미마켓 파츠몰'이 입주할 B동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는 부품 보관·전시부터 장비 해체를 통한 부품 재활용, 리퍼비시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부품 사업은 전체 매출의 1~2% 수준이나,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비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의 목표는 순환되는 반도체 장비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반도체 장비는 수년 사용 후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30~40년 넘게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며 “8인치 팹 등에서 장비 유지·보수를 걱정하는 기업들에게 우리가 실질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미마켓을 통해 글로벌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면 필요한 부품을 유럽이나 미국에서 실시간 조달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산업 전체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속도의 산업이다. 하지만 레가시는 시간을 버텨내는 산업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빠르게 돌아가는 첨단산업 한복판에서 가장 느리지만 가장 오래가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의 “30년 된 장비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서 공급망의 본질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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