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명은 기자]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Leqvio, 성분명 인클리시란)'에 대해 단독 요법(monotherapy) 사용을 허용하는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렉비오의 원료를 공급하는 에스티팜의 매출과 글로벌 입지 모두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글로벌 원료의약품 제조 계열사다.
1일 노바티스는 이번 승인으로 렉비오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더해 스타틴(Statin) 없이도 LDL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렉비오는 PCSK9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RNA 간섭(RNAi) 기반 주사제로, 연 2회(초기 투여 후 3개월 뒤 1회, 이후 6개월마다 1회)만 병원에서 의료진에 의해 투여되며, 장기적인 콜레스테롤 관리와 환자 순응도 향상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빅터 불토(Victor Bultó) 노바티스 미국법인 대표는 "이번 1차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는 심혈관 질환 주요 위험 요소인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렉비오의 입증된 효능을 반영한 것"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 치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2025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의 급성관상증후군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LDL-C 수치를 70mg/dL 이하로 보다 적극적으로 낮추는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80% 이상이 여전히 권고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FDA의 승인에 따라 렉비오의 라벨에서도 '스타틴 병용' 요건이 제거됐으며, 적응증 명칭도 기존 '원발성 고지혈증(primary hyperlipidemia)'에서 보다 구체적인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으로 바뀌었다. 렉비오의 흔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반응(통증, 발적, 발진), 관절통, 기관지염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경우 사용을 피해야 한다.
ASCVD는 전 세계적으로 암, 만성폐질환, 당뇨병보다 더 많은 사망을 유발하며, 전체 심혈관 사망의 85%를 차지한다. LDL 콜레스테롤은 이러한 동맥 내 플라크의 주요 구성 요소로, 장기간에 걸친 노출은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향후 에스티팜의 수혜폭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렉비오의 적응증 확대는 에스티팜의 매출, 생산량, 글로벌 입지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스티팜은 렉비오 개발 초기부터 임상용 올리고뉴클레오티드 원료를 노바티스에 공급했다. 임상 성공 후 에스티팜은 완제품용 원료 공급에 나섰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백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올해 렉비오 연간 매출은 8억달러(약 1조162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노바티스는 렉비오의 최대 매출액이 40억달러(약 5조8104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