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명은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긍정적 취지를 가졌지만 그로 인한 경영 리스크와 구조적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법안이 실제로 통과된다면, 업계는 고용 전략과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고, 정당한 파업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며, 단순 근로조건뿐 아니라 경영상 판단까지도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는 하청·가맹점 구조가 많아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본사가 모든 노동자와 교섭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물류센터나 배송 인력이 파업을 할 경우 출고 중단·배송 지연 등 영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리해고, 사업부 통폐합, 외주화, 자동화 도입 등 경영상 판단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인건비·복지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마진이 낮은 유통업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 폭넓게는 불확실한 노사관계로 인한 외국인 투자 감소, 자동화·비정규직 전환 등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인건비 부담 증가와 파업 장기화로 인한 경영 손실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면 물류, 배송, 상품 진열 등 핵심적인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 뻔한데, 손해배상 청구도 어렵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빗발치면 결국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이는 최종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의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만 키우게 된다"며 "노사가 갈등을 완화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