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했다. 115형 대형 화면에 초미세 RGB 컬러 백라이트를 적용해 색상과 명암 표현력을 대폭 높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다시 입증했다.
12일 삼성전자는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삼성 강남 사옥 4층에서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 미디어 브리핑을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종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현재 TV 시장은 LCD와 OLED로 분류할 수 있는데 마이크로 RGB TV가 또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미니 RGB와 다른 '마이크로'의 차별화
마이크로 RGB TV는 기존 TV와 동일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차이점은 광원에 있다. 기존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가 한 가지 광원을 썼다면, 마이크로 RGB는 적·녹·청(RGB) LED를 각각 독립 광원으로 배열해 백라이트를 구성한다. LED 칩 크기는 약 90㎛ 수준으로 중국 업체들이 CES에서 공개한 미니 RGB(100~500㎛) 대비 훨씬 작아 빛과 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앞서 중국 하이센스가 선보인 RGB TV는 약 500㎛ 크기의 미니 RGB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소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정교하게 빛과 컬러를 제어하며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자사 제품) LED 소자의 순도가 더 높고 정교한 광(光) 제어를 통해 색 재현력의 차이가 (중국 TV 대비) 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5형 모델에는 약 15000개의 로컬 디밍 존이 적용된다. 단순한 가로·세로 분할이 아니라 영역의 형태·크기·경계 처리를 최적화해 명암 번짐과 색 혼색을 최소화했다. 반치폭(half-peak bandwidth)이 좁은 RGB LED를 설계해 색 순도를 높인 점도 차별 요소다.
삼성 마이크로 RGB TV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인 BT.2020 색영역을 100% 충족했다. 이를 DCI-P3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반 LCD TV의 색 재현력이 약 70% 수준인 데 비해 마이크로 RGB TV는 약 135%에 달하는 색 재현력을 구현한다. 순수 RGB 광원임에도 컬러 필터를 병행하는 이유는 옐로우 등 일부 색조와 채도 단계는 단일광으로 구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독일 시험·인증기관 VDE로부터 ‘마이크로 알지비 프리시전 컬러(Micro RGB Precision Color)’ 인증을 획득하며 화질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 인공지능(AI) 엔진 고도화…오브젝트 인식 보정
신제품에는 한층 진화한 '마이크로 RGB AI 엔진'이 탑재됐다. MPU 기반 뉴럴 네트워크 구조를 개선해 학습량과 연산 성능을 높였고, 영상 속 사람 얼굴과 특정 사물의 오브젝트를 자동 인식해 피부톤이 과도하게 변하지 않도록 보정한다.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복원하는 'AI 업스케일링 프로' △빠른 움직임을 매끄럽게 보정하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등을 통해 스포츠나 액션 장면에서도 잔상과 왜곡을 최소화했다. 음성 명령으로 영화를 요약하거나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클릭 투 서치’ 기능도 지원한다.
이 상무는 "이번 마이크로 RGB TV에는 MPU 기반의 ‘마이크로 RGB AI 엔진’을 적용했다"며 "기존 대비 뉴럴 네트워크 채널 수와 학습 데이터가 고도화돼, 입력 영상의 화질과 색감을 실시간으로 분석·최적화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표면에는 '글레어 프리(Glare Free)' 저반사 기술을 적용해 실내 조명이나 햇빛 반사로 인한 시각적 방해 요소를 줄였다. 또한 화면과 프레임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유니바디(Unibody)’ 구조와 메탈 프레임을 적용해 슬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을 완성했다.
115형 마이크로 RGB TV 출고가는 4490만 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내달 초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에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초대형·초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점차 라인업도 늘린다. 이 상무는 "풍부한 컬러와 밝기, 명암 등에서 오는 몰입감을 베네핏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봐 115형을 우선 출시하게 됐다"며 "내년에는 더 보편화된 크기로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말했다.
손태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마이크로 RGB TV는 빛과 색을 가장 정교하게 제어하는 제품"이라며 "초대형·초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