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호주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이 K뷰티 열풍에 휩싸였다. 예쁜 패키지와 합리적인 가격을 넘어, 예방과 보호를 중시하는 K뷰티의 스킨케어 철학이 현지 소비자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와 K컬처를 타고 확산된 K뷰티는 호주 시장의 장기 성장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16일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호주 뷰티·퍼스널케어 시장 규모는 78억5000만 달러(약 10조8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3.69%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지 소비자는 단순한 외모 개선보다 윤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클린 뷰티와 친환경 포장, 비(非)동물실험 여부가 구매 결정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뷰티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던스 리서치(Credence Research)는 호주 내 K뷰티 시장 규모가 지난 2023년 1억400만 달러(약 143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억1300만 달러(약 294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8.19%에 달한다. 현지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인 프라이스라인(Priceline)·케미스트 웨어하우스(Chemist Warehouse)·메카(Mecca)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어도어 뷰티(Adore Beauty)에서도 K뷰티 전용 카테고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뷰티가 호주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예방과 보호를 중시하는 스킨케어 철학이 꼽힌다. 초기엔 다단계 스킨케어 루틴이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꾸준한 사용으로 효능과 신뢰가 쌓이면서 이제는 일상 속 필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성분 안전성 또한 천연 성분을 선호하는 호주 소비자의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신뢰를 얻고 있다.
SNS와 K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틱톡·인스타그램에는 한국 제품을 활용한 튜토리얼·리뷰·비포앤애프터 영상이 쏟아지고, K팝·K드라마 속 스타의 윤기 있는 피부가 현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합리적 가격과 우수한 품질은 MZ세대 사이에서 가성비와 효과를 동시에 갖춘 브랜드로 인식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성장을 위해선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피부 톤 맞춤형 색조 제품 개발과 직관적인 제품 설명, 엄격한 규제 이해·준수, 환경·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이 요구된다.
호주 프레스티지 색조 브랜드 케스터 블랙(Kester Black)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체와 협업 후 리드타임이 32주에서 12주로 단축돼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됐다"며 "MOQ(최소주문수량)를 낮추고 생산 유연성을 높이면 호주 진출 기회가 더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호주 뷰티 유통업체 헤어하우스(Hairhouse) 관계자는 "호주 시장은 까다로운 요건이 많아 철저한 사전 준비와 유연한 거래 조건이 성공적인 진출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K뷰티는 이미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제 향후 승부처는 단기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신뢰 구축과 현지 소비자 감성을 반영한 브랜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