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오션이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최종 수주를 위해 영국 방산·해양 방위 기업 밥콕(Babcock)과 협력을 확대한다. 현지 운용·유지보수 전문 역량 확보를 통해 캐나다 해군에 전 생애주기 솔루션을 제공할 기반을 마련, CPSP 수주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밥콕 캐나다법인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한화오션과 CPSP 사업 수행 협력 계약(Teaming Agreement)을 체결했다. 밥콕은 한화오션의 CPSP 사업 독점 운용·유지보수(In-Service Support, ISS) 파트너로 참여, 캐나다 전역에서 잠수함 12척의 건조부터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 생애주기 지원을 담당한다.
한화오션은 밥콕과의 협력을 통해 설계·건조 능력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캐나다 정부 요구사항을 보완했다. 밥콕의 현지 운용·유지보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납기 준수, 운영 안정성, 유지보수 지원 등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 수주를 넘어 전 생애주기 솔루션 제공자로서 CPSP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 셈이다.
밥콕은 캐나다에서 17년 이상 잠수함 운용·유지보수 경험을 쌓아왔으며, 캐나다 왕립해군(RCN)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에 대한 운용 지원을 지속해왔다. CPSP 사업에서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운용·유지보수 능력을 제공하고, 한화오션의 검증된 설계·건조 역량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캐나다 내 인력과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동맹국 해군 지원 경험과 글로벌 잠수함 유지 역량도 접목한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3000톤(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과 'K-조선 원팀'을 꾸린 한화오션은 지난달 최종 후보(숏리스트)에 선정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2900㎞)를 운항할 수 있다. 수직 발사관을 갖춰 비대칭 억제 능력도 확보했다.
이번 협력은 한화오션이 CPSP 수주를 위해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준비해 온 전략적 로드맵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1년 밥콕 영국 본사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며 글로벌 잠수함 사업 협력 의향을 확인했다. 이듬해에는 밥콕 인터내셔널과 함정 사업 분야 협력 MOU를 체결하며 캐나다 사업 준비의 기초를 다졌다. 이어 2023년 한화오션은 국내 최대 방산 전시회인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밥콕 캐나다법인과 기술협력협정(TCA)을 체결해 CPSP 사업 수행을 위한 기술 협력 기반을 구체화했다. 작년에는 밥콕 인터내셔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잠수함·함정 수출 경쟁력을 확대했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부사장)은 "한화오션의 검증된 잠수함 건조 역량과 최단 납기 일정, 밥콕의 현지 공급망 및 글로벌 유지 경험이 결합돼 캐나다 왕립해군은 잠수함 함대의 최적 가용성을 보장하는 가장 낮은 리스크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마치 밥콕 캐나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한화오션과 기존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양사의 풍부한 경험을 CPSP 사업에 결합할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