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이하 벤츠)가 중국 빅테크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와의 전략적 협력을 대폭 확대하며, 스마트카 시대를 겨냥한 인공지능(AI) 기술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미래차 경쟁이 '플랫폼 생태계' 주도권 다툼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현지 IT 기업 간 협업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분업 체계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9일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벤츠는 최근 바이트댄스와의 전략적 협력을 공식 발표하고, △스마트 콕핏 △자율주행 △디지털 마케팅 △사용자 운영 등 차량 전 주기에 걸친 AI 기술 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벤츠의 자사 운영체제인 MB.OS를 기반으로 양사는 '데이터 중심·사용자 중심'이라는 공동 기조 하에 본격적인 중국 현지화와 기술 생태계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바이트댄스의 AI 기술을 차량 시스템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공유하는 '개방형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실제로 벤츠는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더우바오를 탑재한 첫 전기차 'CLA' 신형 모델을 오는 가을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트댄스는 이를 통해 자사의 AI 모델, 콘텐츠, 클라우드 역량을 차량 내 서비스에 전방위적으로 녹여낼 예정이다.
벤츠는 자사 MB.OS 플랫폼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모듈형 구조’를 구현해, 협력사의 빠른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가능케 했다. 아이디어에서 실제 앱 구현까지의 시간을 24시간 내로 단축시키는 민첩성을 확보했다. 향후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 및 데이터 기반 신수익 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중국 전략이 한층 정교화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BMW가 자율주행 중심의 기술 고도화, 아우디가 중국 특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벤츠는 중국 로컬 생태계와의 ‘전방위적 통합’을 통해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한편 바이트댄스는 지난 2012년 설립된 AI 기반 콘텐츠 플랫폼 운영 특화 기업이다. 틱톡(TikTok)과 도우인(Douyin)의 운영사다. 또한 맞춤형 뉴스 큐레이션 앱 토우탸오(Toutiao)와 클라우드 서비스 화산엔진(Volcano Engine)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우바오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해 AI 기술 분야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