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해액 생산기업 엔켐, 美 테네시공장 전면 '백지화'

1억5250만 달러 투자 계획 철회
블루오벌SK 공장 가동 지연 등 북미 고객사 수요 위축 여파

 

[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차전지 소재 전해액 생산기업 엔켐이 미국 테네시 공장 건설을 철회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 둔화로 주요 고객의 수요 변화가 감지된 탓이다. 북미에서 투자 효율화를 꾀하고 배터리 고객사의 급변하는 기술에 대응하며 돌파구를 마련한다.


1일 폭스13과 멤피스비즈니스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엔켐 미국법인은 테네시 전해액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 2023년 6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약 2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엔켐은 브라운즈빌 'I-40 어드밴티지 산업단지'에 1억5250만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하에 전해액 공장 구축을 추진해왔다. 일자리 190개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본보 2023년 6월 27일 참고 [단독] 'IRA 수혜' 엔켐, 美 테네시에 '2000억' 투자...전해액 新공장 설립>

 

엔켐의 투자 철회는 북미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전기차 케즘이 장기화되며 고객사의 투자 전략은 수정됐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연내로 예정된 테네시 공장의 상업가동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SK온은 지난 2월 "시장 상황을 보며 최적의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동 시점이 미뤄지면서 엔켐의 투자 불확실성도 커졌다. 데이비드 리빙스턴 헤이우드 카운티 시장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블루오벌SK 공장이 문을 열 때쯤이면 리튬 배터리는 널리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론 스튜어트 브라운즈빌·헤이우드 경제개발청 전무이사는 "엔켐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미 사업 전략에 대한 신중한 고려와 광범위한 검토 후 내려진 결정"이라며 "주요 북미 고객의 수요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엔켐은 전기차 시장의 혹한기를 맞아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전해액을 공급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전략도 수정했다. 테네시 투자를 접는 대신 기존 조지아 공장 운영과 인디애나 신공장 투자에 힘을 쏟으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엔켐은 선제적인 북미 투자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2019년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이듬해 조지아 소재 토요타 공장 부지를 매입해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해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비롯해 핵심 고객과 거래를 늘렸다. 지난해 북미 빅3 고객사로부터 223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북미 전해액 시장에서 약 5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켐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중 유일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 기업으로도 지목됐다. 지난해 약 162억원의 세액공제를 수령했으며, 올해 약 170억원 이상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엔켐 측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 속도에 맞춰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거점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테네시 공장은 기존 계획 대비 시장 환경과 공급망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사와의 계약 및 공급 약속에 영향이 없도록 이미 확보된 글로벌 생산 거점(한국, 중국, 유럽 혹은 북미 다른 투자처)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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