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금융권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발 빠르게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중심의 손 쉬운 이자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기업 중심의 투자금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30일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해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투자금융 비즈니스 체계 개선과 현안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KB금융은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인프라 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금융 관련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첨단전략산업을 전담할 심사 유닛과 성장금융추진 유닛을 KB국민은행 내 신설했다.
KB증권 역시 관련 산업·기업 리서치 조직을 강화했고 KB자산운용은 첨단전략산업 전담 운용조직을 신설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금융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KB금융이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지역선도기업 대출’을 출시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성장 유망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으로 지난달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전환 자금공급 계획의 일환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임종룡 회장이 직접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고 향후 5년간 80조원 투입을 공식화했다. 금융권 최초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임 회장은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닌 첨단 전략산업 중심의 전사적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내 '초혁신경제 성장지원' 전담 애자일 조직을 신설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맞춰 금융지원을 전담한다. 해당 조직은 프로젝트별 연구·조사, 밸류체인 내 유망기업 발굴, 산업분석 및 심사지원 기능 강화를 추진하며 산업 성장에 필요한 맞춤형 금융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사회적 성장의 자금을 순환시키는 것”이라며 “이타적 역할을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AI, 바이오, 콘텐츠, 방위, 에너지전환 등 5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지난달 웨어러블 로봇기업 엔젤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 산업 등 첨단 전략산업 성장을 위한 금융 인프라 제공에 나섰다.
하나은행이 대전 D-도약 제1호 모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며 출자 기관 중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이번 모펀드는 총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민관 협업 펀드로 지역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대전 D-도약펀드는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생산적 금융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