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금값'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1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기간 이어진 상승세 이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광물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금 가격은 9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직후 급락했다. 현물 금은 온스당 4000달러(약 57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불과 하루 전 기록한 최고가 대비 300달러(약 4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 금 선물 역시 5.4% 하락해 온스당 약 4100달러(약 590만원)에 거래됐다.
마이닝닷컴은 "이번 6% 가까운 하락은 금이 온스당 2000달러(약 290만원) 미만으로 거래되던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이라며 "그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급증으로 금값은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값 급등으로 주요 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해왔다. 영국 HSBC 등 일부 기관은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약 72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덴마크 삭소은행의 원자재 전략가 올레 한센은 "시장 참가자들이 최근 거래에서 조정 가능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하락은 단기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크고 기본적인 매수세가 하락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금 가격 급락은 관련 광산업체 주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 채굴업체 중심의 대표 펀드인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 ETF'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가총액 기준 최대 금광 기업인 뉴몬트와 아그니코 이글 마인즈 주가도 각각 약 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