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롯데그룹이 베트남 제과업체 '비비카(BIBICA)'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손을 뗀다. 지난 2007년 비비카 지분 취득을 계기로 10년 넘게 공을 들여 온 베트남 제과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베트남 비비카JSC 주식 44.03%에 달하는 680만주 전량 매각한다. 지주사 출범 당시 롯데제과로부터 넘겨 받은 비비카 지분을 매칭 또는 계약방식을 통해 매각하고, 비비카의 대주주 명단에서 빠진다.
비비카는 베트남 2위 식품업체이다. 롯데제과는 지난 2007년 비비카 지분 30%, 460만주를 17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었다. 이후 롯데제과는 주식 비중을 44%까지 늘렸다.
롯데지주의 비비카 지분 매각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전세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비비카를 두고 경쟁을 벌여온 베트남 팬그룹이 비비카 지분 소유율이 50.07%(770만주) 이상으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그룹은 비비카의 소유권을 100%로 늘린다는 목표다.
롯데지주와 팬그룹의 경영권 경쟁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팬그룹이 비비카에 공식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며, 지분을 늘린 것. 이후 양사는 비비카를 차지하기 위해 주주간 경쟁을 벌였으나 팬그룹의 지분 흡수율이 더 빨라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이들이 경영권 경쟁에 나선 건 비비카의 성장세 때문이다. 베트남 시장 점유율 2위 제과업체 '비비카'는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7315억 동(약 34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의 440억동(약 21억원)에서 150억동(약 7억원)늘어나 590억동(약 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에는 연간 1조4000억동(약 707억원)의 수익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고, 같은 기간 세전이윤은 13.25% 증가한 1100억동(약 55억원)을 기록했다. 비비카 부채는 전년 대비 20% 감소한 4530억동(약 216억원) 이상이다.
그동안 롯데지주는 지분 취득 후 비비카에 사명변경 제안을 통해 인수합병 의지를 내비쳤다. 지분 흡수에 나선 롯데제과는 2012년 비비카 사명을 '롯데-비비카'로 변경하자고 제안했지만, 비비카의 반대로 실패했다.
특히 롯데지주는 비비카 경영권에 간섭하며 비비카를 롯데제과 자회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욕심을 드러냈다. 이에 비비카는 팬그룹과 손을 잡고 롯데제과 인수에 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비비카가 팬그룹에 넘긴 지분은 35%이다. 이후 팬그룹 자회사 팬푸드가 15%를 지분을 자산운용사로부터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50%대로 끌어올렸다.
롯데지주는 비비카의 지분 매각으로 자회사 설립 계획은 물론 베트남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 비비카(Bibica) 경영권도 모두 잃게 된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 가운데 젊은 층 비중이 높은데다 높은 경제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되는 중요 거점이기도 하다.
한편,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베트남법인(Orion Food VINA Co., Ltd.)은 올해 누적 매출액이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지난 2015년 베트남 시장 진출 10년 만에 현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다시 5년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