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모나코 선사로부터 37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1대를 수주했다. 지난해 건조의향서(LOI)를 맺은지 10개월 만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모나코 에네티(옛 스콜피오 벌커스)와 WTIV 1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억3000만 달러(약 3692억원). 신조선은 오는 2024년 3분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작년부터 기정사실화 됐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월 미국 스콜피오 벌커스(Scorpio Bulkers)와 WTIV 1척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특히 이번 거래에는 옵션분 3척이 포함돼있어 향후 추가 수주에 기대감이 쏠린다 <본보 2020년 8월 4일 참고 대우조선, '3400억' 풍력터빈 설치선 수주 가시화…건조의향서 체결>
에마누엘레 A. 라우로 에네티 최고경영자(CEO) "지난해 8월부터 우리는 풍력 터빈 설치선 부문에 진입하려 했다"며 "대우조선과의 계약은 기존 및 신규 파트너와의 수개월 간의 고객 참여와 협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향후 10년 이내 해상 풍력 개발업체가 필요로 하는 첨단 리프팅 기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네티의 이번 발주는 사명 변경 전부터 추진해온 거래다. 앞서 에네티는 지난 1월 스콜피오 벌커스에서 에네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본보 2020년 12월 22일 참고 대우조선, '1조' 풍력터빈설치선 수주 마침표 찍나…美스콜피오 사명 변경>
사명 변경은 기존 벌크선 사업 정리 후 차세대 풍력터빈 설치선 사업에 집중하고,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명 변경으로 기존 사업성을 지우고, 신규 사업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에네티는 지난해 8월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선언, WTIV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보유 선단 내 벌크선을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주력한 이유다. 스콜피오 벌커스는 확보된 자금으로 대우조선과 건조 협의중인 풍력발전기 설치선 발주를 서둘렀다. <본보 2020년 10월 9일 참고 대우조선, '1조' 풍력터빈설치선 사업 수주 임박…美 스콜피오 자금 확보>
에네티가 WTIV 건조 조선소로 대우조선을 점찍은 건 기술력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해상풍력선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유럽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독일의 알베에그룹의 자회사 알베에이(RWEI)로부터 WTIV을 수주해 인도한 바 있다. 기존 바지선 형태가 아닌 플랫폼 타입으로 세계 최초 건조해 이목을 끌었다.
에네티는 미국 해운대기업 스콜피오 산하 벌크선 회사다. 임대된 벌크선 47척과 5척의 캄사르막스 벌크선 등 52척의 벌크선을 운용하고 있다. 에네티는 향후 10년 내 이 시장의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그룹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번 대우조선과의 계약 외 추가 WTIV 도입을 위해 미국 조선소들과 사전 협의 중이다. 미국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미국상선법에 의거, 해당 선박을 미국 영해 내에서 운용해야 하고 건조비도 다른 나라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그럼에도 미국 풍력시장 개발을 고려해 4~8척의 WTIV 신조 발주를 살펴보고 있다. <본보 2020년 10월 29일 참고 스콜피오, 돌연 미국행?…수주 유력했던 대우조선 '당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