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에서 5년간 슬래그를 대거 수입한다. 미국 제련소는 쌓인 슬래그 제거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고, 고려아연은 시멘트 원료로 사용해 제련소 환경 부담을 크게 낮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몬테나주 이스트 헬레나 제련소에서 납생산 위한 부산물인 슬래그를 200만t을 수입한다. 슬래그는 철강, 비철금속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제조 찌꺼기다.
아사코(ASARCO) 제재련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현재 고려아연으로 슬래그를 보내기 위해 선적 작업을 거치고 있다.
슬래그는 1888년부터 2001년까지 운영된 아사코 제련소에서 나온 납 생산 부산물이다. 직원들은 현재 자재 일부를 수백 개의 무거운 가방 속에 보관 중이며, 각 가방에는 약 1000파운드(450kg)가 들어 있다.
고려아연 전달 물량 중 테스트 배송되는 슬래그는 워싱턴주까지 철도로 이동한다. 올해 초 몬타다 철도 링크(Montana Rail Link)는 슬래그 더미 운반을 위해 새로운 철로를 건설했다. 슬래그는 철도로 워싱턴주까지 운반한 뒤 한국으로 운송될 예정이다. 이후 슬래그 더미에 분쇄기가 설치돼 철도 차량에 직접 적재한다. 화물을 한데 모아 운송하는 것으로 전보다 운반 속도가 빨라진다.
한국으로 슬래그는 전달하고 나면 이스트 헬레나 지역의 오염물질이 일부 제거될 전망이다. 그동안 아사코가 운영한 구리제련소 및 용광로로 인해 1986년부터 100년간 심각한 대기오염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비소, 납과 같은 오염물질이 땅에 스며들어 토양에도 심각한 오염이 발생시켰다.
제련소 정화작업을 감독하는 몬타나 환경신탁그룹(METG)의 신디 브룩스 전무는 "환경과 경제, 이스트 헬레나 지역사회에 좋은 결과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슬래그 더미가 이스트 헬레나 지하수에서 셀레늄 오염의 4분의 3을 발생시킨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미의 크기를 줄이면 제련소 부지 청소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인 자본확보가 쉽고 비용도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에 전달된 슬래그는 제련 가능한 모든 비철금속인 아연과 기타 금속을 추출해 낸 뒤 마지막으로 남은 잔재는 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로 사용한다. 슬래그에 물을 뿌려 3개월 이상 냉각 및 숙성 과정을 거치면 시멘트 원료가 된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중국 등에서 재처리하기 어려운 잔재물도 연간 약 80만t 이상을 저렴한 가격에 수입, 제련해 고부가가치의 비철금속으로 생산해왔다.
영풍그룹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 창업자의 아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맡고 있다. 지난1분기 △아연 △연 △은 가격 상승 영향으로 매출은 2조2000억원으로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