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사 업무 검토와 감독에 소홀해 고리원전 2호기의 정지 사고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크레인 중량물 작업을 작업 계획서에서 빠뜨리고 고압 송전선의 위험성도 공사 업체에 알리지 않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고리원전 2호기 정지 사고에 대한 내부감사에서 공사 감독·검토업무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리2호기는 지난 4월 23일 외부업체 크레인이 공사 중 송전선에 근접해 발생한 전기불꽃으로 정지했다. 열흘 만인 지난달 2일 재가동했다.
한수원은 사고 전날 크레인 중량물 작업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작업 계획서에 이를 빠뜨렸다. 공사 업무 책임자는 누락 사실을 알고도 계획서를 작성한 부하 직원에 보완을 지시하지 않았다. 부서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부실한 작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리스크 검토 회의와 발전소 정비 회의가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발전소 소·실장, 산업안전 분야 전담자 등이 크레인 중량물 작업에 따른 위험성을 살피지 못했다.
감독 업무도 부적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원은 공사 업체에 고압 송전선의 위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공사 업체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송전선로 인근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며 이격거리(345kV의 경우 약 6m 이상)도 안 지켰다. 자체 안전 교육에 대한 기록 또한 남기지 않았으나 감독원은 아무 지시가 없었다.
이와 함께 위험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 전 회의, 사고 당일 현장 입회도 수행하지 않았다. 작년 6월 19일 외부 업체와 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10개월 동안 한수원이 감독에 미흡했다는 게 감사의 결론이다.
감사실은 사고 예방을 위한 발전소 직원들의 직무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정비 작업 처리 관리와 인적 오류 예방기법, 운영 개선 프로그램 등 안전 관련 다양한 업무 프로그램이 있지만 관련 직무 교육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