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대주주, 키옥시아 본사이전 '반대'…웨스턴디지털 인수협상 '난항'

매각협상 주도권 다툼
협상 결렬은 아냐…타협안 제시하고 논의중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키옥시아(키오시아) 인수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가 기업 운영 주도권, 본사 위치 등을 두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는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정부와 주요 주주의 반대에 부딪혔다. 세금을 낮출 목적으로 키옥시아 본사의 미국 이전을 계획하자 일본에 남아있어야 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키옥시아의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은 일본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권당인 자민당 내 주요 인사 중 한 명도 "합병된 회사가 동일한 투자로 일본 기업으로 남는다면 환영할 것"이라며 본사 위치를 옮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키옥시아의 주요 주주인 도시바와 베인캐피털도 웨스턴디지털에 흡수되는 것 보다 자체적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키옥시아는 당초 지난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 이달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 제출할 계획이었다. 

 

키옥시아 전신은 도시바 메모리다.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180억 달러에 매각됐다.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에 평등한 파트너십과 합병 후 기업의 이사회 의석 일부 공유 등의 타협안을 제시하고 인수 의사를 적극 타진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 인수건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상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 주도권 다툼이다. 반도체 시장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너무 많은 통제권을 넘겨줄 경우 산업 발전은 물론 기술 보안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반도체 산업에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다. METI는 현지 칩 생산 공장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반도체 제조사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10%까지 급락했다. 현지 수요의 64.2%가 대만 등의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편 양사의 합병설은 올 3월 처음 불거졌다. 이후 웨스턴디지털이 이달 키옥시아를 약 200억 달러에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르면 내달 중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합병회사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2.6%까지 치솟아 1위인 삼성전자와 불과 0.8%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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