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정남 기자] 이탈리아 건설업체 사이펨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8억 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베리유전 확장 프로젝트’ 수주가 유력하다.
특히 사이펨이 수주할 경우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이 주도한 해외 대형 수주전에서 실패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긴 이후 치러진 해외수주전에서 모두 성공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하는 ‘베리유전 확장 프로그램’ 중 가스오일 분리플랜트 EPC 입찰에서 사이펨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식 입찰 결과 발표에 앞서 사이펨은 17일(현지시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사이펨, 영국 페트로팩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3파전으로 전개됐으나 사이펨의 수주가 사실상 확정됐다.
특히 이번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고배를 마시자 정 부회장의 그동안의 행보와 성과가 현대건설 안팎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이 지난 5월 진두진휘한 3조원 규모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했으며, 정 부회장이 주도한 베트남 SOC사업 확대도 타력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한국-이라크 수교 30년 대통령 특사단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해 ‘해수공급시설 프로젝트’ 수주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이어 정 부회장은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 최고 부동산기업인 ‘비나코넥스’와 파트너십을 이끌었다. 정 부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지난달 20일 ‘비나코넥스’와 포괄적 업무제휴(MOU)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MOU를 토대로 ‘비나코넥스’의 베트남 부동산 개발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우디 아람코 수주전에서 실패하자 현대건설 안팎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를 놓고 정 부회장의 박동욱 사장을 제치고 해외사업에 전면에 나서면서 정 부회장과 박 사장에게 당초 기대한 ‘투톱 시너지’가 ‘묘한 경쟁’ 관계로 이어지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해외사업에 전면에 나서면서 박 사장이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이번 수주 실패 이후 현대건설 안팎의 분위기가 새롭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